정밀아 - 청파 소나타
한국대중음악시상식
여러 매체를 통해 음악을 찾아 듣는다.
그중 한국 대중음악이 고파지면
살짝 설레기까지 하면서
찾아 들어가 보는 곳이 있다.
< 한국대중음악시상식 >
2004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2월 즈음에, 그 전해의 작품들에 대한 수상이 이루어진다.
2025년이니 올봄에도 22회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상업적 인기를 비중 있게 다루는 여타 차트 및 시상식들에 비해
음악성과 창의성 및 사회적 메시지등을 중시하여
음악적 완성도에 비중을 크게 두는 시상식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 수상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현재, 대중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활동 중인 다양한 분야의 심사위원들은
아이돌 음악부터 인디, 재즈, 힙합, 포크 및 크로스오버 등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인 장르들을 포함하여 후보자들을 선정한다.
상업성이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적지만
음악적 완성도나 창의적인 측면이 중요한 수상자 선정의 기준이므로
상대적으로 소규모 독립레이블이나 무명 뮤지션들이 수상후
인지도 상승 및 활동 기회 확대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은
대중음악계의 숨겨진 보물창고 같은 수상식이어서
자주 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적인다.
그리고 몇 해 전
2021년 제18회 수상작 중에
'올해의 음반', '최우수 포크 음반', '최우수 포크 노래('서울역에서 출발')'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앨범 [ 청파 소나타 ]을 발견했다.
1. 서시 - 정밀아
그녀가 실제 거주하는 청파동 구석 구석을 다니며 직접 녹음했다는
골목의 새벽녘 소리로 시작하는 첫 번째 트랙 [ 서시 ]는,
그녀의 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듣는이 귓볼을 잡아 당긴다.
서울 청파동 골목 어딘가를 거닐며 담담하게 적어두었을 가삿말을 모아
그녀의 삶과 음악에 대한 다짐을
소박한 멜로디 위에
조근조근 풀어놓았다.
[ 서시 ] - 정밀아
하늘, 하늘을 바라보는가
바람, 바람은 멈추었는가
별, 별빛 아래 써 내려간
시, 시는 생동하는가.
밤, 이 밤은 물러날지니
아침, 새 아침이 밝아오리라
어제, 어제를 살아낸 나는
지금, 다름 아닌 지금 이곳에.
그러므로,
나는 오늘의 나를 살 것이라
흔들리는 가지 몇 개쯤 품은 채로
또, 비가 오면 떨어질 꽃잎
혹은, 바람 불면 사라질 이파리
그런 것쯤 아무렇지도 않게.
때론, 태양빛을 따라가려나
아님, 달빛을 쫓아가려나
어디까지 흩날리려나
깊은, 바다를 가로지른다 해도
결국 내 심장이 뛰는 곳으로
나는, 나는 향하려오.
나는, 오늘의 나를 살 것이라.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수록된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의
하늘, 바람, 별과 시를 본인의 해석으로 새롭게 풀어내며 곡이 시작한다.
그녀의 섬세한 시선과 깊은 사색이 담긴 가사이다.
미술학도, 미술가에서 음악가로 데뷔한 2014년부터
꾸준히 오랜 시간을 두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각과
자신의 내면에 퍼지는 감정들에 집중하여
그것들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표현해 낸, 다짐과 의지가 담담하게 드러난 곡이어서
그 울림이 더 오래 남는다.
2. 서울역에서 출발 - 정밀아
타이틀의 두 번째 곡,
[ 서울역에서 출발 ]은
마치, 내가 그녀의 친근한 지인이 되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착각 속으로 나를 이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 한
친구, 누나, 여동생, 딸과의 정겨운 잡담.
드라마의 한 장면을 안에 들어가 있는 착각으로 나를 이끄는 [ 서울역에서 출발 ].
그녀의 앨범 [ 청파 소나타 ]는
마치 한 편의 무채색 단편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녀의 일상, 그녀의 잡담, 그녀의 동네, 그녀의 사는 이야기들
그리고 미술가로서, 음악가로서
삶을 바라보는 세심한 예술가의 소박한 세상 이야기.
이번 주말엔 창 넓은 카페에서
정밀아의 [ 청파 소나타 ]를 들으며
청파동 사는 푸근한 옛 친구 곁에 앉아
심각하지 않은 그녀의 푸념소리를 함께 들어주는
단편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