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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 그것만이 내 세상

세상이 온통 음악 같던 그 시절

by XandO

몇 해 전,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선수단이 입장할 때,

일본을 소형 음향기기 생산국이라고 소개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듣고

식구들과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40년 전의 일본은 그랬다.

지금의 애플과 비교되려나?

그 당시,

Sony의 Walkman이

청소년들의 일상을 지배하던 시절,

그 귀한 나의 Walkman 안에서

Walkman 보다 더 소중한

들국화 1집 카세트테이프가

하루 종일 돌아가던 그 시절.


한창,

헤비메탈에 빠져있던 시절이였음에도

들국화의 음악은

그 한참 위 어디쯤에 있는

다른 세상의 음악이었다.


나긋나긋 속삭이다가도

세상을 모두 집어삼킬 듯 포효하는

호랑이 같은 힘이 있었고

소박하면서도

코끝이 아릴 만큼 진한 향기를 품은

장미의 화려함에 설레었고

담백하면서도

꾸덕하고 꼬릿한 기름끼의 끈적임이

더없이 중독적이었던 들국화.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등하굣길을,

버스도 마다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들국화와 함께 걸었다.


당시를 기억하며

보컬 전인권이 이야기했단다.

”가만히 있어도 그냥 음악 같던 시절”

이었다고.


지금 돌이켜보면,

전인권이 이야기한

온 세상이 음악 같다던 그 시절을

나도 들국화와 마냥 함께 걸었다.


내게도

온 세상이

전부 음악 같기만 했던

나의 그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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