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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졸작으로 사회를 꼽주다

영화 <지리멸렬> 리뷰

by 그린
기본 정보

장르 코미디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31분

감독 봉준호

출연 유연수, 윤일주, 김뢰하

시놉시스

'바퀴벌레'와 '골목 밖으로' '고통의 밤' '에필로그'라는 4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단편. 아침운동을 하면서 남의 문앞에 놓여있는 우유를 습관적으로 훔쳐먹는 신문사 논설위원, 만취해 길가에서 용변을 누려다가 경비원에게 들키게 되는 엘리트 검사, 그리고 도색잡지를 즐겨보다 여학생에게 들킬 뻔한 위기를 겪는 교수, 이들 세사람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회문제에 관한 대담을 나눈다.




줄거리 요약(스포O)

바퀴벌레

김 교수는 연구실 책상 위에 펜트하우스(음란 잡지)를 펼쳐둔 채 김 양을 심부름 보낸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그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망신당할 위기에서 가까스로 피하는 교수.

골목 밖으로

아침 조깅을 하던 신문사 논설위원은 습관적으로 남의 집 문 앞 우유를 훔쳐 마시고 신문까지 읽는다. 그리고 신문배달 소년에게 남의 집 우유를 권한다. 이 때문에 소년은 억울한 의심을 사고 피해를 입게 되고, 논설위원은 소년을 피해 도망친다.

고통의 밤

엘리트 검사는 만취한 밤 급한 용변을 참지 못해 아파트 한켠에서 해결하려다 경비원에게 붙잡혀 망신을 당하고, 지하 보일러실로 내려가 용변을 본다. 경비원은 신문지에 용변을 보라고 당부했지만, 그는 전기밥솥에 볼일을 보는 더러운 복수를 한다.

에필로그

세 사람(교수, 논설위원, 검사)은 TV 시사토론에 나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훈계하듯 논한다. 방송을 시청하던 신문배달 소년은 TV를 꺼버린다.




대담한 풍자

영화는 교수, 논설위원, 검사 세 인물이 차례로 벌이는 조잡하고 파렴치한 일화를 보여준다. 모두 추잡하고 비루한 장면들이다.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인물임이 드러나고, 김 교수는 음란물 규제를, 논설위원은 교육의 중요성을, 검사는 노상방뇨 단속 강화를 주장한다. 앞서 보여준 추잡한 일화와 위선이 겹쳐지며 영화는 위선적인 어른 사회에 대한 풍자를 완성한다.


지리멸렬 뜻

지리멸렬(支離滅裂)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산만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데, 영화는 이 의미를 인물들의 모습으로 구현한다. 교수는 음란 잡지를 숨기려다 우스꽝스럽게 허둥대고, 논설위원은 남의 우유를 훔쳐 마신 뒤 책임을 소년에게 전가하며, 검사는 용변을 참지 못해 추태를 벌이고도 보복하는 등 모두 조잡하고 모순된 행동을 한다. 에필로그에 이르면 이들이 사회적 권위를 지닌 인물로 등장해 정반대의 도덕적 훈계를 늘어놓는데, 말과 행동이 전혀 맞지 않는 그 불일치 자체가 곧 '지리멸렬'의 풍경이며, 영화의 제목은 이들의 위선과 사회적 모순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학생 감독 봉준호

<지리멸렬>은 학생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권위층의 위선을 대담하게 꼬집은 날카로운 사회 풍자, 웃음과 불편함을 동시에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적 연출, 세 가지 일화를 에필로그로 치밀하게 묶어내는 옴니버스 구조의 완결성,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초기부터 보여준 기성 감독 못지않은 연출, 편집 감각이 두드러져 높은 평가를 받는다.




졸작으로 사회를 꼽주다

<지리멸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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