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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by 그린
기본 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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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소개(*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

에블린은 세탁소에서 밀린 영수증 더미에 파묻혀 세금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웨이먼드는 이혼 서류를 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지만, 에블린은 여유가 없어 그의 말을 흘려듣는다. 그날 조이는 여자친구 베키를 외할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어 하지만, 에블린은 조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베키를 '좋은 친구'라고 소개한다. 상처받은 조이는 자리를 떠난다.


1부 : Everything

에블린 가족은 세무 조사를 받기 위해 국세청을 방문한다. 그런데 갑자기 웨이먼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른 인격처럼 행동하며 에블린에게 이어폰을 건네고 지시사항이 적힌 메모를 전달한다. 에블린은 지시를 따라 세무 조사 중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본인의 의식이 여러 차원에 동시에 존재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알파 유니버스'의 웨이먼드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다중 우주를 위협하는 조부 투파키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버스 점프를 통해 에블린은 배우, 무술가, 핫도그 손 인간 등 다양한 평행 우주의 자신과 연결되며 점차 잠재된 능력을 깨닫는다. 알파 웨이먼드는 조부 투파키가 다른 우주의 조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그녀가 다중우주의 모든 지식을 받아들인 후 자아가 붕괴되어 무의미에 빠진 존재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알파 유니버스의 조이는 에블린에 의해 다차원 의식 실험 대상이 되었고, 모든 차원의 삶을 동시에 인식하던 중 자아가 무너진 것이다.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는 건 에블린뿐이다. 조부 투파키는 '에브리씽 베이글'이라는 블랙홀을 만들어 모든 세계를 무로 되돌리려 한다.


2부 : Everywhere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를 막기 위해 다중 우주로 점프를 반복하며 힘을 키운다. 그러나 점차 조부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파괴적으로 변한다. 그녀는 다양한 우주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조부 투파키와 에블린, 그리고 공공을 중심으로 한 알파 군의 갈등이 고조된다. 그때 현 우주의 웨이먼드는 비폭력적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이는 에블린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에블린은 웨이먼드의 방식이 나약함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걸 깨닫고, 전투 대신 회복을 택한다. 각 우주에서 상처받은 인물들을 도우며 싸움을 멈추게 하고, 가족 간의 오해와 거리감도 하나씩 회복한다. 특히 조이에게 진심을 전하며 마음을 열게 만든다.


3부 : All at once

조부 투파키는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에블린은 끝까지 그녀를 붙잡는다. 에블린은 조이와 화해하고, 베키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갈등이 해소된 후 가족은 다시 국세청을 찾아 세무 조사를 받는다. 세무 조사를 받는 동안 에블린은 다른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동시에 체험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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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소개(*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블린 왕

홍콩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나 배우를 꿈꾸며 자랐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웨이먼드의 청혼을 받아들여, 아버지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세탁소를 운영하고 조이를 낳아 가정을 꾸렸지만, 이민자로서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며 쌓인 피로와 경제적 불안, 남편에 대한 실망, 딸과의 갈등까지 겹쳐지면서 자신이 미국에 온 결정 자체를 후회한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이 왕

에블린와 웨이먼드의 외동딸이다. 어릴 적에는 엄마와 가까운 사이였지만, 대학 중퇴와 동성애자 커밍아웃 이후 관계가 멀어졌다. 특히 엄마가 연인 베키를 외할아버지에게 '좋은 친구'라고 소개할 때 큰 상처를 받는다. 다른 차원의 조이는 알파 유니버스에서 에블린에 의해 다차원 의식 실험 대상이 되었고, 모든 차원의 삶을 동시에 인식하면서 자아가 붕괴된다. 그 결과 '조부 투파키'라는 존재로 변하여 영화의 핵심 갈등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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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먼드 왕

에블린의 남편으로, 순하고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다. 에블린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결혼했다. 하지만 아내의 불신과 냉소를 견디지 못하고,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이혼 서류를 준비한다. 세탁소의 세무 조사, 아버지 간병 문제 등으로 정신없는 에블린과 대화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던 그는 국세청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서류를 건넨다.


공공

에블린의 아버지로 남아 선호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에블린이 딸로 태어난 것에 실망하고, 웨이먼드를 무능력하다고 여겨 결혼을 반대했다. 딸이 미국으로 떠나자 연을 끊고 살았지만, 말년에는 늙고 병들어 미국으로 건너와 딸의 집에 머물게 된다.


디어드리 보베어드라

미국 국세청 직원으로 집요하고 융통성 없는 세무 조사관이다. 영어에 서툴고 미국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에블린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다. 다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관람 포인트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장르, 서사, 연기, 편집, 미장센 등 전반적으로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한 영화 안에 액션, SF, 가족, 드라마, 코미디, 멜로, 철학극, 애니메이션 등이 전부 섞여있다. 통상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장르들을 연결하여 장르 자체를 다중우주처럼 활용하고 있다. 또한, 버스 점프 장면에서 수십 개의 우주가 1초 단위로 교차 편집되는 파격적인 전개를 볼 수 있다. 특히 조부 투파키나 에블린이 다양한 우주로 초고속 전환되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베이글'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겠다. 감독은 우주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베이글 하나로 풀어냈다. 끔찍한 괴물도, 복잡한 데이터도 아니다. 영화에서 무의미는 베이글 하나로 충분히 표현된다. 이외에도 립밤 씹기, 애널 플러그 꽂기, 강아지 휘두르기 등 일상 속 도구들이 무기로 쓰이는 것도 참 재밌는 요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가 돌이 되어 만난 우주였다. 대사 없이 자막과 풍경, 돌의 움직임 만으로 둘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우 실험적인 구성이다. 매우 정적이지만, 감정의 깊이감을 더해준다. 후반부에는 다른 우주와 교차되며 작품의 절정을 이끄는 역할도 해낸다. 자칫하면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돌의 우주는 빼고 생각하면 허전할 정도다. 에블린이 무의미에 빠지는 과정과 조이가 베이글로 들어가는 순간에서 이 장면은 특히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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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어낸 멀티버스 서사

멀티버스는 어려운 개념이다. 특히 영상에서 각 우주 간 특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관객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마블의 멀티버스가 여러 편으로 탄탄하게 구성된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 편만으로도 완결성 있는 멀티버스 서사를 구축했다. 감독은 단순히 차원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우주의 능력을 임시로 가져온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또한, 통계적으로 개연성 없는 행동이 점프 조건으로 작동하면서 유머와 시스템의 개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같은 공간과 배경이 감정, 장르, 의미에 따라 전환되며, 영화는 훌륭한 리듬을 유지한다. 배우들은 각기 다른 우주의 자아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연기, 분장, 미장센은 우주 별로 급격히 변화하지만, 서사의 일관성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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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포인트

다정함의 철학

두 우주의 웨이먼드는 너무나 다르게 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동일하다. 바로 다정함의 철학이다. 세상은 잔인하고 삶은 불확실하다.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다정함은 전략이자 생존 방식이다.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힘으로 대항하지 말고, 관계를 회복할 것을 요청한다. 다정함은 가장 비현실적인 선택이자 효과 없는 전략 같지만, 혼돈 속에서 유일한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우주의 웨이먼드는 그러한 방식으로 삶을 지켜냈고, 결국 에블린의 선택을 바꾼다. 에블린은 모든 가능성을 경험했고, 무의미에 빠져 모든 걸 포기한 채 베이글로 들어가려 하지만, 다정함의 철학은 그녀가 관계를 붙잡고 회복하는 전환점이 된다.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나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땐. 다정함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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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여기 있고 싶어

에블린은 '엄마'의 권위를 내세우며 조이를 잡는다. 하지만 조이는 함께 있으면 서로를 아프게 할 뿐이라며, 모든 걸 포기하려 한다. 에블린은 조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딸을 보내준다. 그때 에블린이 다시 조이를 붙잡는다. 그리고 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진심을 전한다. 그 진심은 조이의 마음을 울린다.

무의미에 잠식된 조이의 모습은 마치 사춘기 아이 같다. 엄마의 간섭과 잔소리에 질려 관계를 끊어버리려는 모습이다. 엄마들은 고민에 잠긴다. 아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에블린은 말한다. 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너와 여기서 함께 있고 싶다고. 이에 딸은 엄마 딸의 모습이 이러지 않은 곳으로 갈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에블린은 너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답한다. 그렇게 에블린은 조이를 선택한다. 엄마라는 역할과 지위를 내려놓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으로 딸 앞에 선다. 그리고 네가 가장 소중하다는 진심을 전한다. 에블린의 진심은 조이의 마음을 울리고, 무의미에서 건져낸다. 그리고 관계는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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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메모장에 적은 내용이다.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불행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누구에게나 행복은 존재한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행복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부질없거나 소중하거나.

에블린은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웨이먼드를 따라 떠나지 않았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그리고 멀티버스에서 자신의 삶을 확인한다. 필자가 집중했던 것은 어떤 우주에서도 에블린은 웨이먼드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운명이란 그런 게 아닐까. 삶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흘러가지만, 결국 하나의 물줄기 아래 흐른다. 배의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 안에서 우리는 분명 행복하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소중함이 아닌 부질없음을 택하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기만 했을 것이다. 행복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인생의 여러 조각을 소중히 여기는 순간,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지만, 행복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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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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