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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 리들리 스콧

Blade runner (1982)

by 인문학애호가

1982년도에 발표된 "저주받은 SF 걸작"이라 불리는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감독이 "에일리언 (1979)"으로 대박을 내고 3년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에일리언"과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서간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원작은 그 유명한 SF작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입니다만, 사실 주인공과 등장인물, 그리고 설정 정도만 가져왔고, 이야기는 상당히 다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타이렐"사의 제품으로 4년이라는 제한된 수명을 가졌으나 인간보다 지능이나 육체적 힘이 향상된 레플리컨트(복제인간) 6명을 LA 형사인 "릭 데커드"가 한 명씩 제거하는 이야기 입니다. (원작에서는 샌프란시스코 형사입니다.)


시대는 2019년, 즉 영화가 발표된 1982년보다 37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지구는 핵전쟁으로 거의 붕괴되었고,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하고, 형편이 안되는 사람만 지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당시 실제로 전세계 전자산업의 총아였던 일본을 반영하는듯 "일본의 문화"가 곳곳에 스며들어있고, 중국인이 하층민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이런 생각을 가졌던 시대가 지금부터 겨우 40년전 입니다.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중국이 일본을 한참 앞서 있습니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묘사하면서, 특히"인생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수명이 4년이건 100년이건 결국 죽는것은 똑같고, 죽기 전에 살아볼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똑같는데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러나 이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관객을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묘사 자체는 매우 직관적인데, 가끔 나오는 깊이 있는 대사와 "반젤리스(Vangelis)"의 뛰어나면서도 심오한 음악이 영화를 곱씹어 보게 합니다. 특히 음악이 거의 한 명의 주연처럼 적극 사용되는데, 주요 멜로디는 마지막에 데커드를 구해주고 죽음을 맞이하는 레플레컨트 "로이 (룻거 하우어)"의 마지막 독백에 깔리는 명곡 "Tears in rain"으로, 이 곡이 영화의 시작지점부터 약간씩 변주되면서 사용됩니다. 주연은 "해리슨 포드"이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마지막 독백 때문에 조연인 "룻거 하우어"가 더 머리에 남을 것입니다.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 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ä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Time to die를 말하고 머리를 떨구는 장면을 슬로우로 잡으면서 손에 쥐고 있던 흰비둘기가 비가내리고 음침한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마치 "로이"의 영혼이 날아오르는 듯한 이 장면은 SF 영화의 명장면중의 하나로 깊은 감동을 줍니다. 아마도 "룻거 하우어"의 필모그래피의 정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의 의미를 음악으로 잡아낸 "반젤리스"도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젤리스"는 이 영화가 발표되기 1년 전에 이미 "불의 전차 (Chariots of Fire)"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아마 그 덕분에 이 영화의 음악을 맡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2017년에 "드니 빌뇌브"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 2049"라는 후속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줄거리는 1편과 꽤 그럴듯 하게 연결되어 있고, 특수효과나 분위기도 꽤 원작에 가깝거나 더 뛰어나게 연출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레플리컨트 K (라이언 고슬링)가 계단에 누워 죽는 장면에 "Tears in Rain"을 사용하여 1편에 이은 작품이라는 표식을 남깁니다. 그러나 1편이 가지는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철학적인 의미는 많이 희석되어 있습니다. 역시 원작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상영 후, "데커드"가 "레플리컨트"다 아니다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판본도 하나가 아닙니다만 영화 상영 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편집을 하여 "Final Director's Cut"이 최종판이 되었습니다. 이 최종판에서 "데커드"가 자신의 집에서 잠시 졸다가 "유니콘"의 꿈을 꾸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복도에 은박지 조각으로 접은 듯 보이는 "종이 유니콘"이 놓여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영화의 앞부분에서 "데커드"의 동료 형사가 종이로 동물 모형을 접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종이 유니콘"도 그 형사가 접은 것일 것이고, 마지막 레플리컨트인 "레이첼 (션 영)"이 "데커드"의 연인인 것을 알아차리고 죽이지 않고 살려 두면서 자신이 왔다 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힌트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종이로 접은 동물이 하필이면 "데커드"의 꿈속에 있던 "유니콘"인지가 불명확합니다. 레플리컨트는 어린 시절이 없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기억이 주입이 되는데, 그러다보니 "유니콘"도 주입된 기억일 수 있어, 결국 "데커드"도 레플리컨트라는 유추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나오면서 "데커드"에게 자식도 있고, 수명도 길기 때문에 레플리컨트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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