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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더 쉘 - 루퍼트 샌더스

Ghost in the Shell (2017)

by 인문학애호가

이 영화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실사화 한 것입니다만, 애니메이션 그대로 실사화 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느 영화 감독이 자신의 비전과 주관없이 기존에 이미 발표된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화 하겠습니까. 이 영화는 개봉하고나서 원작의 애호가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은 경우인데, 감독을 대신해서 변명을 해볼까 합니다.


우선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나름 충분히 할만큼 했습니다. 원작에서 매우 많은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멋지게 실사화 했습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원작에 삽입된 "켄지 카와이"의 음악이 올라가면서 감독이 원작에 충분히 경의를 표했다고 생각합니다.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에 담겨진 철학적인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일본영화와 헐리웃영화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생각입니다. 원작을 고스란히 그대로 실사화 했더라면 영화는 완전히 망했을 것입니다. 이미 충분히 유명세를 얻고 볼 사람은 모두 본 원작을 실사화 했을때 애니메이션이 처음 상영되었을 때의 그 신선함과 기발함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이고, 뭘 말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하나 일본 영화의 특징중의 하나인 "설명"혹은 "해설"을 어떻게 헐리웃 영화에 넣을 수 있을까요? 어느 헐리웃 감독도 그런 선문답적인 텍스트를 영화에 넣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연인 쿠사나기 소령에 "스칼렛 요핸슨"을 캐스팅 한 것도 구설에 올랐는데, 잘 생각해보면 사실 "스칼렛 요핸슨"외에 누가 이 역을 맡을 수 있을까요. 처음 등장하는 순간 그대로 "쿠사나기 소령"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일본인을 쓰지 않고 헐리웃 배우를 캐스팅해서 "화이트 워싱"이라고 비난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헐리웃 영화입니다. 오히려 감독은 섹션 9의 국장인 "기타노 다케시"가 영화내내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쿠사나기 소령의 어머니도 일본인이며, "토구사"역할도 싱가폴 출신의 "친 한"을 캐스팅 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원작을 충분히 배려한 것입니다.


이 영화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원작의 줄거리에 새로운 내용을 많이 넣었고, 앞뒤를 논리적으로 맞추려고 애썼으며, 헐리웃 스타일의 액션도 많이 담아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감독 자신만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있습니다. 쿠사나기 소령을 연기하는 "스칼렛 요핸슨"의 연기도 영화에 잘 녹아들지를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본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음악도 문제인데, 원작 애니메이션의 음악이 워낙 강렬해서 한 번 들으면 "일본풍"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영화에서는 음악이 하는 일이 분위기 만드는 것 외에는 많지 없습니다.


이러한 장점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철학적인 원작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할 만한 것은 다 했다고 생각됩니다. CG도 충분히 들어갔고, 액션씬도 상당히 많으며 특히 마지막의 스파이더 탱크와의 전투 장면은 원작 만큼이나 박진감 넘칩니다. 나름 꽤 잘만든 영화이고, 이 영화가 그래도 미흡하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헐리웃 액션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이점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도대체 매우 훌륭한 원작이 있는데 그걸 왜 똑같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야 될까요. 어느 감독도 똑같이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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