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vis (2022)
이 영화는 제작 발표회에서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음악이 포함된 영화 연출의 귀재인 "바즈 루어만" 감독이 사실상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를 연출한다고 하니 관심이 폭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장기는 음악과 잘 어울어지는 화려한 연출입니다. 정말로 독보적입니다. 이 영화도 역시 음악적인 부분의 영상에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절대로 "음악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기 영화"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뮤지션으로서 팬들에게서 절대적인 사랑을 누렸고, 넘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지지리도 인복이 없어 어리석은 아버지에, "톰 파커 대령"이라는 공연사기꾼에게 평생을 끌려다니며 학대에 가까운 "무한 공연"으로 과로로 사망하기까지의 이야기, 즉,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인간의 비극적 인생 전체를 2시간 30분에 걸쳐 조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그의 인생을 다루기에는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넣을 것 넣고, 뺄 것은 빼야 합니다. 그런데 "바즈 루어만"이 다소 욕심을 부린것 같습니다. 컷이 너무 많고, 매 시퀀스의 시간도 엄청 짧으며 에피소드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리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다소 산만하여 관객은 이야기 따라가기도 바빠서 그의 인생의 핵심인 "음악"에 몰입할 수가 없고 실제로 음악 시퀀스도 극히 일부분만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엘비스”의 음악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기대할법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등장인물간의 갈등과 각종 사건들로 영화가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 영화"입니다. 아마도 감독은 이 영화의 피날레, 즉 인터내셔널 호텔에서의 공연에 영화의 무게중심을 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이 피날레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한 가지 이 영화의 장점은 "엘비스"라는 뮤지션이 살았던 시절이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시절이었고, 흑인의 음악이나 리듬이 백인에게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거의 사투를 벌이던 시절이었으며, 킹 목사나 존 F. 케네디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을 당하던 그런 극단의 시절이었고, 이런 부분을 영화에 많이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즉, "전기 영화"로서는 꽤 괜찮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하니 2시간 30분 러닝타임이 결코 여유롭지 않습니다.
"바즈 루어만"의 영화는 항상 그의 뛰어난 연출력에 반해서 보게 되는데 이 영화는 주인공의 연기에 반해서 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엘비스"를 연기하는 "오스틴 버틀러"라는 젊은 배우의 재능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엘비스" 그 자체가 되어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모두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골든글로브 2023에서 그에게 남우 주연상을 준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톰 행크스"의 얄밉기 그지없는 "톰 파커 대령"도 매우 훌륭한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모범적인 남자의 역할을 맡았던 그가 이런 야비하고 간악하기 그지없는 연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톰 행크스는 역시 명배우 입니다.
이 영화에 기대가 컸고 꽤 괜찮은 전기영화입니다만, 역시 아직까지 "바즈 루어만" 감독의 최고 걸작은 "물랑루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