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zilla -1.0
2024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놀랍게도 "크리에이터"를 누르고 시각효과상을 거머쥔 영화는 다카시 야마자키의 "고질라 -1"였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시각효과는 매우 놀랍습니다. 특히 놀라운건 그 자연스러움 입니다. 2차대전에서 가까스로 복구된 도쿄를 고질라가 다시 파괴하는 장면은 실제로 거대한 괴수가 도심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프로덕션 디자인도 매우 뛰어나서 파괴된 도심을 매우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상도 많이 받았고,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습니다. 줄거리가 매우 드라마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뜯어보면 매우 이상한 영화이고, 제작 의도가 의심되는 영화 입니다. 한편으로는 2차대전에서 파괴된 민족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철저히 준비를 안하고 태평양 전쟁을 시작했느냐는 꾸짖음도 있으며, 얼마나 인명을 경시하면 "카미카제 자살 특공대"라는 걸 만들 수가 있느냐, 조종석에 탈출 장치 하나 더 넣는게 그렇게 어려웠나? 하는 비난이 나옵니다. 즉, 왜 전쟁을 했느냐가 아니라, 왜 전쟁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꾸짖음입니다. 단순 괴수영화가 아닙니다.
시작은 자살 특공대의 비행기를 수리하는 한적한 섬에 고질라가 나타나 공격을 하고, 차마 자살을 못하고 비행기가 고장났다는 이유를 만들어 수리 받으러온 자살 특공대원 1명과 수리공 1명만 남기고 모든 수리공이 전멸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특공대원 코이치는 폐허더미에서 우연히 만난 노리코와 그녀가 역시 우연히 키우게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키코를 받아들여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이치는 도쿄 앞바다에 미국이 버린 기뢰를 파괴하고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겨우 살아난 도쿄에 다시 고질라가 나타나 도심을 초토화 시킵니다. 그리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군대를 만들어 대응하면 소련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망설이고(말도 안됩니다) 보다못해 민간 군대가 만들어지고 고질라를 제거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사투끝에 결국 고질라의 입속에서 폭탄을 터뜨리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여기서 고려해봐야 할 것은 "고질라"가 결코 단순한 괴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질라가 입으로 방사능이 가득한 원폭의 효과를 내는 광선을 쏘아내는 장면, 고질라가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원인이 미국의 원폭 실험이었다는 얘기로 미루어 "고질라 = 미국" 입니다. 즉,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충격을 받은 미국이 무기를 총동원하여 도쿄를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도쿄에 사는 사람들을 살육하고, 가족을 붕괴시킨 그 이야기를 고질라를 통하여 다시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코이치는 "카미카제 특공대원"임에도 차마 자살을 하지 못하고 살아남았다는 것과 마지막에 고질라의 입에 폭탄을 투하할 때 그 폭탄을 운반할 비행기가 이번에는 조종사 탈출장치가 제대로 준비된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결국 코이치가 카미카제 자살 공격 형식으로 비행기를 고질라 입속에 돌진 시켰다는 점, 영화 내내 일본 정부가 준비도 안 된 전쟁을 일으켰으니 이번에는 민간이 나서서 제대로 대응을 해보자고 하는 점등 얼핏 태평양 전쟁의 패배를 이런식의 괴수영화를 통하여 심리적으로라도 보상 받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고질라를 다른 방법이 실패하고 결국 카미카제 자살 공격으로 괴멸을 시키고, 그와중에 이번에는 비행기에 탈출 장치가 마련되어 주인공 코이치가 살아 남았고, 도쿄의 고질라 습격으로 행방불명된 노리코도 병원에서 살아남아 결국 가족이 모두 무사히 하나가 되었다는 얘기로 부터 "철저히 준비"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겠느냐 하는 정부의 준비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카미카제 자살 공격은 상대편을 괴멸시키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 맞았다고 평가합니다. 말이 괴수영화이지 이 영화는 "전쟁은 똑바로 준비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매우 수상하기 그지없는 메세지가 담긴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질라를 처단하고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이름이 "카미카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