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gedy of Macbeth (2021)
셰익스피어는 한 때 헐리웃 영화의 마르지 않는 샘이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그의 희곡들이 영화화 되었고, 특히 그 중 4대 비극(햄릿, 리어왕, 오텔로, 맥베스)이 자주 영화화 되었습니다. 5대 희극(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한 여름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은 의외로 영화화가 많지 않습니다. "알 파치노" 주연의 "베니스의 상인" 정도가 대표적 입니다. 4대 비극중에서도 햄릿은 비교적 자주 영화화가 되었고, 그 다음이 맥베스 입니다. 맥베스는 2015년에 "마이클 파스밴더", "마리옹 코티아르" 주연으로 "저스틴 커젤"감독이 꽤 웅장한 스케일로 영화화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021년에 "형제 감독"으로 유명한 "코엔 형제"의 형 "조엘 코엔"이 그의 아내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덴젤 워싱턴"을 주연으로하여 또다시 제작을 하였습니다. 다만 2015년의 맥베스와는 꽤 차별이 됩니다. 우선 "맥베스의 비극"은 "흑백영화"입니다. 단순히 차별되려고 흑백으로 만든것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 입니다. 이것은 영화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인데 마치 거대한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작품처럼 찍었습니다. 미장센이 너무나 뛰어나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무대구성임에도 각각의 장면의 촬영각도나 조명등이 감탄이 나올정도로 예술적입니다. 거기에 두 주연배우의 연기도 거의 연극배우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마치 모든 "테이크"를 "원테이크"로 찍은것 같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덴젤 워싱턴"의 연기가 정말 압도적입니다. 보면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특히 마지막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끝을 보려는 의지의 표현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이 영화는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목적으로 만든 작품으로, 늘 동생 "에단 코엔"과 같이 영화를 만들던 "조엘 코엔"이 단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첫번째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너무나 문학적이고 멋진 대사가 작품의 문학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이 영화도 원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각본가(조엘 코엔 자신)가 최소한으로 첨삭한 티가 납니다. 따라서 셰익스피어 팬이라면 즐겁게 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지극히 연극적인 대사들에 적응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장소는 스코틀랜드. 던컨 왕이 지배하고 있고, 맥베스는 그의 조카뻘이며 장군이고 영주입니다. 노르웨이가 스코틀랜드의 "코도"라는 영지의 영주와 손잡고 스코틀랜드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맥베스는 이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고, 반역자인 "코도"의 영주도 다른 장군의 손에 처단됩니다. 이제 맥베스는 왕에게 승전보를 전하기 위하여 돌아오는데, 오다가 3명의 마녀를 만납니다. (서양의 고전문학에서 마녀는 꼭 3명씩 다닙니다.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존재를 알려주는 마녀도 3명이고, 니벨룽겐의 노래에 나오는 예언자도 3명의 여인입니다.) 마녀는 맥베스가 곧 "코도"의 영주가 될 것이며, 이어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합니다. 이 예언을 맥베스 혼자들은 것이 아니라, 동료민 "밴쿼"장군과 같이 듣습니다.
이제 왕에게 와서 승전보를 전하니 왕은 "코도"영지를 맥베스에게 준다고 합니다. 예언대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던컨 왕은 자신의 후계자로 장남인 "말콤"을 지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예언이 틀어집니다. 떨떠름한 맥베스는 아내에게 전보를 보내면서 이런 예언을 알립니다. (원작에는 명확하지 않지만) 맥베스의 아내는 분명히 남편이 "왕"이 될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겁니다. 던컨 왕은 맥베스의 성에가서 파티를 열고 하룻밤 자겠다고 합니다. 기회입니다. 그런데 맥베스가 망설입니다. "해, 말어?" 맥베스 부인은 망설임이 없습니다. 남편을 자극하여 결국 자고있는 던컨 왕을 맥베스가 죽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과음으로 자고 있는 부하들에게 돌립니다. 다음날 아침 던컨 왕을 보러 "맥더프"라는 장군이 왔다가 왕이 살해당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뛰어 나옵니다. 그 때를 틈타 맥베스는 왕의 부하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살해의 책임을 죽은 부하들에게 떠넘깁니다. 완전범죄가 되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왕의 두 아들(말콤과 도널베인)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로 도망갑니다. 이제 예언대로 왕이 되었습니다. 아니 예언을 사실로 만들기 위하여 강제로 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이 예언을 들었던 "밴쿼". 그리고 예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밴쿼"의 아들이 다음 왕이 될 것이라는. 맥베스는 사람을 시켜 "밴쿼"를 죽여버립니다만 그의 아들은 도망갑니다. 이제부터 맥베스의 "폭정"이 시작됩니다. 이미 시작한 범죄는 더 큰 범죄로 틀어 막아야 합니다. 던컨 왕을 따르던 사람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도 모조리 죽여버립니다. "맥더프"의 가족도 희생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마녀가 나타나 두번째 예언을 합니다. "영지 밖의 숲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여자가 낳은 어떠한 장군이 공격한다해도 당신은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맥베스의 아내는 죄책감으로 사경을 헤매고, 몽유병으로 돌아다니다가 결국 죽게 됩니다. 이어서 잉글랜드로 도망간 던컨 왕의 첫째 아들인 "말콤"은 1만명의 병사를 지원받아 숲속에서 대기합니다. 이제 나무를 꺾어 위장을 하고 맥베스의 영지로 조금찍 접근합니다. 즉, 숲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맥베스를 피해 잉글랜드로 도망간 "맥더프"는 가족이 몰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기탱천하여 "말콤"왕자와 같이 쳐들어 옵니다. 그리고 맥베스와 최후의 일전을 벌입니다. 맥베스는 예언만 믿고 전혀 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맥더프"는 엄마의 몸에서 나온것이 아니라, 조산으로 제왕절개한 아이입니다. "맥더프"는 결국 맥베스의 목을 치고 예언은 모두 실현됩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는 "무속"에서 벗어나 "말콤"이 다스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