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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 비토리오 데 시카

The bicycle thief (1948)

by 인문학애호가

1948년에 개봉된 이태리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은 2차대전이후에 떠오른 "네오 리얼리즘"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2차대전이 끝나고 무솔리니 정권이 붕괴된 이후의 처참한 로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흑백영화 입니다.


일자리가 없어 자리 하나가 날 때마다 수십명이 달려드는 와중에 운이 좋게도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벽에 포스터를 부착하는 일을 하게된 주인공이 어느날 벽에 포스터(리타 헤이워드의 사진)를 부착하면서 잠시 눈을 돌린 사이, 4명의 일당에 의하여 자전거를 도난 당합니다.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인 주인공은 초등학생 정도되는 꼬마 아들과 같이 로마 시내를 구석구석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찾아내지만 증거도 증인도 없어 그동네사람들에 의하여 쫒겨나고, 앞날이 캄캄하여 방황하다가 결국 본인도 자전거 절도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다수의 사람들에게 생포되어 끌려가다가 자전거 주인의 자비로 풀려납니다. 문제는 이 범죄의 현장을 아들이 생생히 목격했다는 것이지요. 좌절과 절망에 사로 잡힌 주인공이 눈물 흘리며 아들과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이 영화는 "자전거 도둑"을 주제로 가난한 서민이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현장을 담아냅니다만, 결국 보여주는 것은 "희망은 없었다" 입니다. 아버지의 얼굴에도, 아들의 얼굴에도, 주변의 사람들의 얼굴에도 희망이 없습니다. 모두 어떻게 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뿐. 패전국의 국민인 주인공은 승전국 미국의 최고 여배우의 포스터를 붙이러 이벽 저벽 돌아다닙니다. 그것도 구겨지지 않고 깨끗하게 붙이기 위하여. 버젓이 자전거를 훔쳐놓고도 주변의 동네 주민이 모두 나서서 자전거 도둑을 감싸고 돕니다. 사실상 모두 공범입니다. 양심과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살아남기 위하여 언제든 한 패거리가 됩니다. 이렇듯 이 영화에는 패전국의 국민이 어떤 인생을 맞이하게 되는지,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이 어떤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듬해인 194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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