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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 - 알렉산더 페인

The Holdovers (2023)

by 인문학애호가

"알렉산더 페인"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는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및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일단 이 한국식 제목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장소가 "바튼"이라는 고등학교이고, 주인공 3명 모두 이 학교 소속이기는 하지만 바튼 아카데미는 상황과 장소만을 제공할 뿐 줄거리하고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차라리 원제목대로 "남겨진 자들"이라고 하는게 이 영화를 좀 더 제대로 설명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시대는 1970년 12월 말, 개개인별로 사정이 있어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같이 지내지 못하는 포스터 속의 3인이 어떻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의미있게 보내는가가 줄거리 입니다. 왼쪽은 망나니 학생이고 오른쪽 "폴 지아마티"는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선생, 그리고 가운데는 군입대 했다가 한국에서 사망한 아들을 둔 요리사 입니다. 이 세명의 공통점은 가족에게 버림받았거나 가족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서로 별로 가깝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가족에게 버림받은 세 명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로 시작이 되고, 서로 상대편을 이해하게 되면서 유사 가족화 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나중에는 아들을 학교에 남겨두고 즐기러 간 엄마와 계부가, 문제를 일으킨 아들 때문에 학교에 오지만 진짜 가족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 명이 더 진짜 가족 같습니다.


정말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가족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이해와 희생"이라고 말합니다. 문제아는 스승을 통하여 참된 가족을 배우고, 스승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가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요리사는 자신의 동생 가족을 통하여 위로를 받습니다. 이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를 제공해 줍니다. 다만 영화의 규모나 줄거리의 낙폭이 작기 때문에 장편 영화라기 보다는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느낌을 주며 폴 지아마티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기는 하지만 작품 자체가 왜소하다보니 힘있는 남우주연상으로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의 기복이 가장 큰 요리사, "더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더 큰 감정을 이끌어 냅니다. 그래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작품상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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