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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 - 로버트 에거스

Nosferatu (2024)

by 인문학애호가

이 영화는 과거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적 감독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1922년작 "노스페라투"의 2번째 리메이크 입니다. 첫번째 리메이크는 1979년에 유명한 "베르너 헤어조크"감독이 연출하고 "클라우스 킨스키"와 "이자벨 아자니"를 주연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45년만에 또다시 "로버트 에거스"감독에 의하여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세 영화를 비교해 보면 흥미롭게도 표현이 다 비슷비슷한 고딕 호러영화 스타일입니다. 다만 촬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초기 영화들에서 보이는 화면의 칙칙함이라던가 어색함 등의 문제는 없습니다만, 사실 공포영화는 화면이 다소 어둡고 거칠어야 더 공포영화 답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노스페라투"의 원작은 당연히 "브램 스토커"의 "드라큐라" 입니다. 이걸 저작권 때문에 그대로 영화화가 안되니까 모든 이름을 바꿔서 영화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은 배경이 영국인데 "노스페라투"에서는 독일로 바뀝니다. 등장인물의 명칭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랜시스 코폴라"감독의 "드라큐라"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올록 (빌 스카스가드) = 드라큐라 (게리 올드만)

토마스 후터 (니콜라스 홀트) = 조나단 하커 (키아누 리브스)

엘렌 후터 (릴리 로즈 뎁)= 미나 하커 (위노나 라이더)

안나 하딩 (엠마 코린) = 루시 (새디 프로스트)

알빈 프란츠 (윌렘 데포) = 반 헬싱 (앤소니 홉킨스)


사실 이름만 바꾼 것은 아닙니다. 기본 줄거리는 유사하지만 절반정도는 다른 이야기 입니다. 일단 "노스페라투"에서 여주인공인 "엘렌 후터"는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악몽에 시달리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귀속당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랜시스 코폴라"감독의 "드라큐라"에서도 미나는 드라큐라 백작의 자살한 아내와 동일 인물의 재림으로 표현됩니다만, 원작에는 그런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 공포의 흡혈귀를 제거하는데 미나나 엘렌 후터가 원작에서와 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그리고 "반 헬싱"의 경우 "드라큐라"에서는 결정적이지만 "알빈 프란츠"는 "노스페라투"에서는 그 역할이 미미합니다. 흡혈귀는 철저히 "엘렌 후터"에 의하여 제거됩니다. 또하나 "드라큐라"나 "노스페라투"나 모두 수도 없는 쥐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드라큐라"에서는 그냥 징그러운 크리쳐 정도로 인식되지만, "노스페라투"에서는 "페스트"의 상징입니다. 결국 "노스페라투"는 "드라큐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되지만 보면 볼수록 다른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는 21세기에 다시 태어난 고전 스타일의 "고딕 호러"입니다. 영화 전체가 거의 흑백영화처럼 느껴지고, 가끔 의상이나 화재등에서만 색감이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어둡고, 공포영화를 본다기 보다는 고풍스런 옛 영화를 보는 느낌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셜록 홈즈"의 안개낀 런던의 어두운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도 거의 없고, 잔인한 부분도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영화 전반을 배우 "조니 뎁"의 친딸인 "릴리 로즈 뎁"이 연기하는 "엘렌 후터"가 이끌어 갑니다. 거의 원맨쇼 수준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연 "미장센" 입니다. 화면의 구도에 정말 많은 신경을 쓴 듯 하고, 피사체의 스크린 좌우 균등 배치는 "웨스 앤더슨" 감독 저리가라 할 정도입니다. 장면 하나 하나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지고, 감독이 공포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듄 2"라는 강적이 있기는 하지만 아카데미 촬영상 정도는 수상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그 정도로 촬영이 실로 예술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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