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lave (2024)
금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이 작품은 "로버트 해리스"라는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입니다. 이 작가는 주로 역사적인 사건을 제재로 한 소설을 발표해 왔습니다. "콘클라베"는 바티칸 교황청에서 교황이 병으로 선종하거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퇴위를 한 경우에 새로운 교황을 추기경 중에서 선출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즉, 카톨릭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세계적인 종교 행사 입니다. 우리는 이 "교황"이라는 자리가 어느 정도의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게 되는지 미디어를 통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콘클라베"가 무슨 영화의 제재가 될 수 있겠는가 할 수 있지만, 교황청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교황이라는 최고의 권력자를 뽑는 행사이니 만큼,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것 만큼이나 결코 쉽지 않고, 충분히 영화의 제재가 된다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우선 교황청에서 임명된 각국의 추기경들이 교황청에 모입니다. 선거는 교황청 옆에 위치한 "시스티나 대성당"의 마지막 회랑, 즉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그린 바로 그 회랑(영화에서는 실제 시스티나 성당이 아닌 세트 같습니다)에서 진행되며, 새로운 교황이 되었으면 하는 추기경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전체 참석자의 과반의 득표를 획득하는 후보가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 됩니다. 이 때 영화에서와 같이 108명의 추기경이 참석을 하게 되면 주요 후보에게 표가 몰리기는 하지만 30명이나 되는 1표 획득 후보도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도대체 어떻게 과반이 넘는 마지막 한 명을 선출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고, 결국 그 한 명이 나올때 까지 몇 일간 혹은 몇 주간 계속 투표를 하여 해결을 봅니다. 이 과정에서 지지 후보를 지속적으로 바꾸거나 가능성이 높은, 혹은 지명도가 높은 주요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리고 투표가 1회 종료될 때마다 투표지를 소각하여 그 연기를 굴뚝에 흘려보내고, 최종적으로 교황이 정해지면 흰 색의 연기를 흘려보내고 종료가 됩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콘클라베"에 대하여 상당히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교황을 해보겠다고 자원한 후보 들의 비리의혹등이 까발려지면서 최종 한 명으로 좁혀지는 과정도 꽤 볼만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렇게 종교적인 이벤트가 지극히 정치적인 이벤트로 표현되는 것을 교황청이 어떻게 허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만, 최종적으로 교황이 선출될 때, 어떤 자격을 가진 후보가 교황으로 선출이 되는 가를 알게 되면 교황청 관계자도 그 이야기에 감동할 것이고 충분히 허가를 내줄만 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는 처음에는 다소 밋밋하게 진행되지만, 각각의 추기경의 비리가 공개될 때마다 흥미진진해지며, 이 영화가 단순한 교황 1인을 선출하는 것이 아닌 "권력자" 1인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정치 드라마로 인식되고, 맨 마지막에 선출된 그 1인이 선거 공약이 아닌 종교적 품성으로 결정될 때 비로소 "콘클라베"로 다시 돌아 갑니다. 꽤 잘만든 작품이고,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무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콘클라베"도 신이 아닌 "인간"을 선출하는 행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