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ysses (1954)
얼마전에 "크리스토퍼 놀런"감독이 차기작으로 "오디세이아"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율리시즈는 오디세이의 라틴어 명칭을 영어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워낙 능력있는 감독이기는 하지만, 결코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은 작품이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입니다. 일단 이 두 걸작은 산문이 아닌 운문의 형태입니다. 즉, 각본을 완전히 전부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 입니다. 게다가 이름 하나에 붙는 수식어가 수도 없어서 각본가가 정말 머리가 터질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리아스"가 아닌 "오디세이아"라는 점 입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의 수도인 일리오스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10년에 걸친 전쟁의 이야기이고 올림포스의 신과 인간을 포함하여 수도 없는 등장인물에 복잡하기 그지없는 인물간의 관계로 인하여 영화화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오디세이아"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등장인물과 명쾌하기 그지없는 선악구도 및 권선징악의 줄거리로, 제작비만 충분히다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물론 24 챕터나 되는 긴 줄거리에서 어느것을 들어낼 것인가로 고민은 되겠지만...
1954년에 이태리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율리시즈"는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율리시즈를, 당시 미스 이태리였던 "실바나 망가노"를 율리시즈의 아내 "페넬로페"로 캐스팅 하였는데 배역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페넬로페"와 "키르케"를 동일한 배우가 연기한 것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놀랍게도 풀컬러에 스테레오입니다. 문제는 줄거리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런닝타임이 1시간 50분입니다. 이 정도면 원작의 1/3도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은 분명히 어떤 이야기를 가져와서 엮을 것인가로 고민했을 것입니다.
(이하는 오디세이아 요약 입니다.)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이"는 그리스의 "아가멤논"의 요청으로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이 전쟁은 10년간 지속되었고, "오디세이"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이타카"와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아기 "텔레마코스"를 잘 부탁한다고 하고 떠납니다. 그리고 "트로이 전쟁"은 오디세이의 "트로이 목마" 아이디어 덕분에 승리를 하게 됩니다. 승리를 거머쥔 그리스군은 전리품을 안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오디세이가 탐욕에 사로잡혀 귀국길에 다른 나라(키코네스족의 나라)를 공격하여 약탈을 하였는데, 이 사건 때문에 제우스가 노발대발 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추가 10년간 "오디세이"는 귀국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즉, "이타카"에서 떠나온 후 무려 20년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이타카"의 국민들과 귀족들은 "오디세이"는 분명히 죽었을테니 새로운 왕이 필요하다고 하며, "페넬로페"는 혼인을 요청한 108명의 귀족 중에서 한 명을 골라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제우스의 분노를 산 "오디세이"는 이후에 다음과 같이 수도 없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 (1) 로토파고이 - 잠시 들립니다.
- (2) 키클롭스 섬 - 바다의 신 포세이돈(라틴어로 넵튠)의 아들 폴리페모스가 살고있는 섬 입니다. 폴리페모스는 외눈박이이고 거인입니다. 오디세이와 부하들은 이 거인이 기거하는 동굴에 갔다가 붙잡히고, 포도주를 먹여 재운 다음에 불에 달군 끝이 뽀족한 나무 기둥으로 눈을 찌르고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포세이돈이 알고 오디세이의 함대에 대 재앙을 내립니다. 이제 바다를 이용하는 것은 어떤 경우이건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 (3) 아이올로스 - 잘 대접받고 언제든 배의 추진에 사용할 수 있는 "바람풍선"을 선물로 받고 "이타카"에 거의 도달합니다. 그런데 부하가 "바람풍선"이 뭔지 궁금해 하다가 바람이 빠져나오면서 오디세이의 배는 다시 바다 한 가운데로 밀려납니다.
- (4) 라이스트리고네스 - 괴물 라이스트리곤에게 호되게 당하고 가까스로 도망칩니다.
- (5) 키르케의 섬 - 정신 없이 도망쳐서 도착한 곳이 바로 키르케의 섬 입니다. 키르케는 오디세이의 부하들을 모두 돼지로 만들어 버리고 자신은 오디세이와 평생 해로를 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오디세이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가겠다고 하자 조건을 붙입니다.
- (6) 하데스 - 하데스의 방문이 바로 그 조건입니다. 오디세이는 이 하데스에 가서 트로이 전쟁 후 죽은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헤라클레스" 등을 만나고, 자신의 어머니도 만납니다.
- (7) 세이렌 - 세이렌 자매의 노래 소리를 듣다가 배가 난파당하는 곤경을 지혜롭게 헤쳐나갑니다.
- (8) 스킬라와 카립디스 - 바다위의 괴물들의 공격을 피하다가 많은 부하를 잃고 가까스로 도망칩니다.
- (9) 헬리오스의 섬 - 태양신 헬리오스가 다스리는 섬으로 이 섬의 어떤 것도 취하면 안되는데 부하들이 오디세이의 말을 안듣고 소를 잡아먹었다가 몰살당하고 오디세이만 살아남아 탈출합니다.
- (10) 칼립소의 오귀기아 섬 - 오디세이와 평생 해로하려고 붙잡아두다가 제우스의 명령으로 놔줍니다.
- (11) 스케리아 섬 - 포세이돈의 외손자 "알키노스"가 다스리는 섬으로 딸인 "나우시카"가 오디세이에게 반하여 그와 결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위의 모험담을 이야기 해주고 설득하여 결국 "이타카"로 보내집니다.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이는 그 유명한 "활시위에 화살을 걸어 12개의 도끼의 손잡이에 난 구멍에 관통시키는 테스트"로 오디세이가 "이타카"에 왔음을 천하에 알리고 "페넬로페"와 결혼하려던 귀족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다시 왕이 되어 행복하게 삽니다.
영화 "율리시즈"는 위의 모험에서 (2) 키클롭스 섬, (5) 키르케의 섬, (6) 하데스, (11) 스케리아 섬을 선택하여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즉, 1/3 만 선택한 것입니다. 나름 키클롭스의 표현도 괜찮았고, 키르케와 하데스의 장면도 볼만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나름 최선을 다한 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놀런"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까요. 어차피 전부를 담아내지는 못할겁니다. 6시간짜리 영화라면 몰라도...
- 참고로 "트로이 목마" 전략은 "일리아스"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무찌르고 끝이 납니다. "트로이 목마"는 "오디세이아"에 이야기로 잠깐 등장하기는 합니다. "트로이 목마" 전략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베르길리우스"가 지은 "아이네이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트로이 전쟁의 그리스쪽 총 사령관인 "아가멤논"은 헥토르의 여동생인 "카산드라"를 첩으로 데리고 귀국했다가 "아이기스토스"와 작당한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하여 "카산드라"와 같이 살해당합니다. 이 이야기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만드는 데 바로 "엘렉트라" 입니다.
- "율리시즈"라는 제목은 아일랜드의 위대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임스 조이스"가 "오디세이아"에 영향을 받아 소설 곳곳에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