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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 제러드 존스톤

M3gan (2022)

by 인문학애호가

이 영화는 인형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도 아닌 로봇을 주연으로 한 "SF 호러"입니다만, 사실 1988년 "톰 홀랜드"감독이 연출한 공포영화의 걸작 "사탄의 인형 (Child's Play)"의 복제품이나 다름 없습니다. 외로운 아이가 있고, 그 애를 달래기 위하여 인형을 하나 선물해 주고, 그 인형에 악당의 혼이 들어가 어느날 갑자기 살아 움직여 사람을 죽이고.. 이 인형을 소녀로봇으로 바꾸면 바로 "메간"이 됩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어디서 많이 본 장면도 꽤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몸이 절반으로 잘렸는데 상반신이 사람을 쫒아오는 장면은 "터미네이터 1탄"의 피날레 그대로 입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소녀로봇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렇게 공포스런 작품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탄의 인형"의 뛰어난 연출과는 비교도 안됩니다. 세간에 많이 회자되어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보면서 실망을 했습니다. 연기도 별로이고, 연출도 별로이고, "메간"이라는 로봇이 사실은 CG가 아니라 어린 연기자의 연기라는게 티가 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SF의 느낌도 줄어듭니다. 다만 학습을 통하여 점점 인간화 되어가는 "소녀로봇"이라는 아이디어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 줍니다. 특히 인간이 진심으로 로봇을 생명을 가진 친구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좀 신선했습니다. 그렇게 의도했겠지만...


메간. Megan 이 아니라 M3gan 입니다. Model 3 Generated ANdroid 의 머릿글자에서 따왔지만, 사실은 Megan이라고 이름을 지어놓고 거기에 맞췄을 겁니다. Megan 은 실제로 미국의 여성의 이름이니까요. 시작은 9살짜리 딸(케이디)을 포함한 3명의 가족이 스키를 타려고 산으로 승용차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폭설로 오도가도 못하고 도로 한가운데 잠시 정차했다가 앞에 다가오는 제설차를 보지 못하고 정면 충돌하여 엄마와 아빠는 죽고 뒷좌석에 있던 딸만 겨우 살아 이모에게 의탁을 합니다. 이 이모라는 사람은 FUNKI 라는 장남감 회사의 엔지니어였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염가의 제품 개발 외에, 인공지능이 들어간 로봇 장난감을 동료 2명과 같이 회사 몰래 별도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이 이모(젬마)라는 사람은 너무나 바쁜 직장인입니다. 이제 이모는 조카딸을 죽은 언니대신 맡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모릅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기가 100%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보모, 즉 "메간"을 선물로 줍니다. 문제는 이 로봇이 지능이 매우 높아서 자기의 소유주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철저히 보디가드 역할을 하며 정보의 습득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메간"은 사실 기술적으로 말도 안되는 수준의 로봇입니다. 어떻게 단 한번도 충전을 안하고도 계속 움직이는지... 그래서 영화입니다. 이 로봇은 이제 "케이디"와 완벽히 동화되며, 자신감이 생긴 이모는 회사에 "메간"을 공개합니다. 인간의 감정에 완전히 동화되는 로봇. 이사회 공개는 완전히 대박이 나고, 회사는 전적으로 투자를 약속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로봇은 "케이디"의 팔을 물은 옆집 개를 쥐도새도 모르게 죽이고, 야외에서 학습하는 대안학교에 참석했다가 "케이디"를 괴롭히는 못된 남자애의 귀를 뜯어내고 자동차에 치여 죽게 만듭니다. 이어 개 어쨌냐고 이모한테 추궁하는 그 개의 주인아주머니도 죽여버립니다. 이모는 이제 "메간"이 수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에 회사로 가져와서 분석을 해보려고 하는데 "케이디"가 "메간"을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모가 집으로 돌아간 사이 잠들었던 "메간"이 깨어나고 회사를 쑥밭으로 만들며 엘리베이터에서 회사 사장도 그의 부하도 살해해 버립니다. 그리고 슈퍼카를 몰고 "케이디"를 찾아 집으로 갑니다. 이제 집에서 이모 "젬마"와 "메간"의 사투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젬마"가 졸업하면서 만들었던 로봇의 도움으로 "메간"을 가까스로 부숴 버립니다.


"사탄의 인형"보다는 공포영화로서 많이 부족한 작품입니다만, 인간의 형상으로 만든 "로봇"이라는 개념은 매우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은 이 로봇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내내 주입하여야 합니다. 아니면 어느새 그냥 인간 캐릭터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계속 로봇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인간의 능력과 다른 능력을 계속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영화인 "터미네이터"만 해도 시간이 지날 수록 분장을 통하여 로봇의 형태를 조금씩 보여줘 이 로봇이 로봇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메간"은 어떤 방법을 생각했을까요? 바로 "눈" 입니다. 사실 "눈"은 정말 중요한 부분 입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이 "눈"입니다. 영화에서 "메간"의 카메라 같은 눈을 자주 클로즈업 하는 이유도 이 캐릭터가 "로봇"이라는 것을 계속 감상자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입니다. 만약 이 눈을 평범하게 만들었다면, 아마 "메간"이라는 캐릭터가 로봇이라는 사실은 영화 시작하고 얼마 후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포영화인데 전혀 무섭지는 않지만, 나름 영리한 영화입니다.


공포영화로서는 평작이지만, 아이디어 만큼은 많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메간"은 흥행에 힘입어 금년에 2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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