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utalist (2024)
올해 골든 글로브 영화상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쓸어간 "브루탈리스트"를 보았습니다. 우선 앞으로 남우주연상은 어떤 영화상이건 무조건 "에이드리언 브로디"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한 마디로 "압도적" 입니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의 주인공과 같은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을 연기합니다만,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정말 이쯤되면 "연기의 신"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밥 딜런"을 연기한 "티머시 샬라메"와 대결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남우주연상은 "에이드리언 브로디"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작품상과 감독상은 어떤가. 일딴 연출을 맡은 "브래디 코베이"는 연기도 하고 연출도 했습니다만, 경력상 연출은 초짜입니다.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가끔 연출경력이 부족한 감독들이 감독상을 수상하기는 하지만, 영화감독에게 있어 경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동일한 대본을 가지고 베테랑 감독과 초짜 감독이 연출을 할 때, 물론 초짜 감독이 신선함은 있겠지만, 그 노련미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은 베테랑 감독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브루탈리스트"를 보면서도 감독의 독보적인 연출보다는 주인공의 연기가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작품상은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되는게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아카데미상에 꽤 잘 맞기 때문입니다. 감독의 말대로 "홀로코스트를 겪은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자본주의의 현실"이 꽤 피부에 와닿도록 그려져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실제의 이미지와 필름을 효과적으로 합성하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도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100% 픽션 입니다.
"라즐로 토스(Laszlo Toth)"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건축학자로서 무려 독일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출신 입니다. 그런데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수용소에 있다가 미국 뉴욕으로 탈출 합니다. 그러나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과 하나뿐인 조카딸이 남겨집니다. 뉴욕에 와서 먼저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친구덕에 가까스로 먹고 삽니다. 그러다가 거부인 "해리스 반 뷰렌(가이 피어스)"의 아들이 독서광인 아버지의 서재를 리모델링하여 깜짝 선물을 하겠다고 일을 의뢰하게 되고, 그 일을 "라즐로 토스"가 맡게 됩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은 매우 파격적이고도 신선한 아이디어의 서재였습니다만, 완성 전에 아버지가 들이닥쳐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고 공사대금도 받지 못한채 친구에게서도 배척되어 결국 석탄을 캐는 막노동자로 전락합니다. 다행이 그 "서재"가 잡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되어 아버지 "해리스 반 뷰렌"이 직접 "라즐로"를 찾아와 거대한 작업을 의뢰합니다. 그 작업은 일종의 교회로서 펜실베니아의 한적한 곳에 시민을 위한 만남의 장소이자 회합의 장소를 제공할 목적입니다. "라즐로"는 곧바로 단순하면서도 상징성이 높은 "브루탈리즘" 건축법에 기반한 디자인을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라즐로"의 뜻대로 쉽게 지어질까요? 이제 이 예술활동에 "자본주의"가 들어옵니다. "저비용". 일은 "해리스 반 뷰렌"의 약속과는 다르게 다른 건축업자가 끼어들어 원본에 가필을 하기 시작하고, "라즐로"는 자신의 급여를 투자해서라도 원래의 계획대로 건축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아내와 조카가 미국에 옵니다. 기차역에 도착한 아내 "에르제벳"은 휠체어를 타고 있습니다. "영양실조에 의한 골다공증" 입니다. 그리고 조카딸은 이 미국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당시에 드디어 유대인의 국가로서 인정받은 "이스라엘"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한편, "라즐로"의 공사에서는 자재 수송중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노동자 2명이 생사를 넘나들게 되고, 공사는 중단 됩니다. 이제 "라즐로"는 일반 건축사무소에서 도면 작업을 하게 되는데, 얼마후, "해리스 반 뷰렌"이 다시 찾아옵니다.
공사 재개. "라즐로"는 "해리스"와 대리석 원자재를 확보하고자 이태리로 같이 가게되고, 그곳에서 마약에 찌들어 ("라즐로"는 알콜중독과 마약중독에 찌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엎어져서 토하고 있다가 "해리스 반 뷰렌"에게 동성 강간을 당합니다. 다시 펜실베니아. 이제 조카딸은 애인과 이스라엘로 가고 조카딸의 간호덕분에 가까스로 버티는 "에르제벳"이 어느날 밤 병이 심화되어 사경을 넘나들 때, "라즐로"의 마약 주사와 응급실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납니다. 이제 "에르제벳"도 남편이 마약중독인 것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남편이 "해리스"에게 강간당한 것을 알게되고, "해리스"의 집으로 가서 이 사실을 그의 가족들에게 폭로합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라즐로"는 영구히 해고되고, "해리스"는 종적을 감줍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후, 베니스에서 열린 제 1회 국제건축박람회에 "라즐로"의 작품이 조카딸의 진행에 의하여 소개되고, 호호백발이 된 "라즐로"가 그 자리에 참석합니다.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에이드리언 브로디), 남우 조연상(가이 피어스), 여우 조연상(펠리시티 존스)을 수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 배우들이 다 했습니다.
브루탈리즘 관련 건물의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의 섭지코지에 만들어진 일본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유민 미술관" 입니다.
영화속에서 "라즐로"가 처음으로 "해리스"의 지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데, 그 배경음악에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이 흘러나옵니다. 히틀러가 숭배한 작곡가의 음악을 배경에 넣은 것은 다분히 감독의 의도 입니다.
상영시간 3시간 20분 입니다. 그런데 인터미션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3시간을 넘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분히 2시간 50분에 할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