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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각들 - 코르넬 문드루초

Pieces of a woman (2020)

by 인문학애호가

이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감독이 기획하고 헝가리 출신의 "코르넬 문드루초"감독이 연출한 멜로 드라마 입니다. 주연은 "미션 임파서블"의 화이트 위도우 역의 "바네사 커비"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샤이아 라보프" 입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액션이나 SF가 아닌 영화에서 오직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마사"를 연기하는 "바네사 커비"의 연기력도 신선하고 출중하지만, 고뇌에 빠진 남편 "션"을 연기하는 "샤이아 라보프"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네사 커비"는 이 작품으로 2021년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됩니다.(이 때 여우 조연상이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 입니다.) 그만큼 연기가 매우 좋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이건 일단 작품이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작품상 후보에 오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우선 놀라운 출산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무려 20분이나 지속되는 롱테이크로 "바네사 커비"가 혼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정말 임신한것 같은 분장과 통증을 겪는 산모의 괴로움과 몸부림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 옆에서 어쩔줄 모르는 남편역의 "샤이아 라보프"도 우리가 알던 트랜스포머의 그 철부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조산사가 급히 불려와서 출산을 돕습니다. 이 놀라운 20분이 지나고, 아이가 출산 직후 잠깐 울다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장면이 끝난후에 비로소 영화의 타이틀 "Pieces of a woman"이 올라 갑니다. 즉, 이제부터 이 영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죽음에 대하여 조산사는 그 책임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고, 언론에 오르내리며 5년 이상의 형을 살게 될 것이라는 등의 루머에 빠집니다. 그리고 아이의 부모는 도대체 왜 아이가 죽었는지 의학적인 이유를 알고 싶으나 의사는 확답을 하지 못합니다.(영화가 끝날때 까지도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제 남편은 화가 머리끝까지 오릅니다. 아내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결국 대학병원에 연구용으로 기증할 결심을 합니다. 남편은 결사 반대합니다. 가족 묘지가 아니라 실험용으로 쓰이다가 공동묘지에 가게 둘 수는 없다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죽은 아이에 대하여 집착하며 슬퍼하는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가 매우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제 아이의 사망을 두고 남편과 아내는 더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부부관계도 서먹해지고, 서로 다른 생활로 접어듭니다. 그 와중에 장모와 친척인 변호사가 조산사에게 큰 형벌을 내려 복수하자고 꼬드깁니다. 그러나 아내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그렇게 부럽게 보일뿐입니다. 이제 남편은 변호사인 그 친척과 불륜을 저지르고 마약을 하며, 아내는 클럽에서 놀다가 차마 바람은 피지 못하고 집으로 옵니다. 남편은 클럽에서 돌아온 아내를 의심하며 공격을 합니다. 이제 두 사람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안그래도 경제적 차이를 극복하고 가까스로 결혼했는데, 장모가 결국 둘을 갈라놓습니다. 남편은 장모에게 위자료를 받아 시애틀로 떠나고, 홀로 남겨진 아내는 혼자서 재판정에 서게 됩니다. 어쩔수 없이 사고를 낸 조산사는 절망의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고, 아내는 출산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며 조산사를 용서합니다. 이 마지막 법정 장면이 매우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내는 또다른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애초에 조산사에게 죄가 없는걸 관객도 알기 때문에 "용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 보다는 아이를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 여인이 그 비극을 심리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제 입니다. 다만 남편의 경우 "죽은 아이"에 대한 집착 정도만 그려지고 아내를 기꺼이 떠나는 것이 그렇게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끝까지 남편이 다시 돌아와 아내와 재회하기를 기대했지만, 영화는 새로운 딸아이와 엄마가 사과나무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끝을 봅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반지의 제왕"의 음악을 맡았던 "하워드 쇼어"의 작품입니다. 매우 아름답고 깊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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