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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 봉준호

Mickey 17 (2025)

by 인문학애호가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제작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지만, 배급사가 개봉 타이밍을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쥐고 있다가 결국 금년에 개봉한 영화. 이 영화는 작가 "에드워드 애쉬턴"의 원작에 봉 감독이 적절히 가감하여 자신만의 작품으로 대본을 썼고, 그래서 원작에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이 추가되었거나 부각되어 있습니다. 즉, 이 영화는 SF 형태를 빌린 "블랙코미디" 입니다. "블랙코미디"는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는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희생을 강요 받는 젊은 세대

복제인간에 대한 과학과 종교의 갈등

복제인간 스스로가 겪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갈등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의 갈등

인간성의 파괴에 대한 비판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이렇게 대충 7가지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7가지 입니다. 너무 많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라면 각각의 요소 1개 만으로도 영화가 한 편은 거뜬히 나왔을 요소들 입니다. 그리고 "블랙코미디"의 가장 중요한 요소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합니다. 이 "코믹적인 요소"는 어처구니가 없을때 발생하고, 또 그런 황당함이 순간적인 깨달음으로 승화됩니다. 그런데 "미키 17"은 별로 코믹하지도 않습니다. 즉, 깊이 생각해 볼만한 요소를 이것저것 다 던져주기는 하는데, 그 요소들을 곱씹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부족합니다. 정확히는 너무 많은 요소가 포함되어 각각의 요소의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지나갑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다보고나면 "그래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 영화의 또하나의 문제점은 "영화 만듬새" 입니다.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헐리웃 대자본이 투자된 A급 영화인데, 연출은 B급 영화 입니다. 헐리웃의 A급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그 "세련된 맛'이 부족합니다. 특히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여 보다보면 여기저기 빈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즉, 편집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대사처리도 "블랙코미디" 답지 않게 오글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좀 아쉽습니다. 물론 봉 감독의 헐리웃 신고식 같은 작품이니 나름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봉 감독의 능력 보다는 배우들의 능력이 영화를 이 정도나마 살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무난합니다. "스티븐 연"의 연기도 좋습니다. 그러나 베스트는 여주인공인 "나오미 액키" 입니다. 그리고 촬영도 꽤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촬영감독이 무려 "다리우스 콘지" 이기 떄문입니다. 이렇게 잔뜩 불만만 써놓았지만, 사실 원작이 그렇게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봉감독만 뭐라고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영화는 좀 더 봉감독의 장기가 많이 들어간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걸작 "살인의 추억"과 "기생충"의 봉준호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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