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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 마크 웹

Snow White (2025)

by 인문학애호가

(Evil Queen) Magic mirror on the wall, who is the fairest one of all?

(Magic Mirror) Famed is thy beauty, Majesty. But hold, a lovely maid I see. Rags cannot hide her gentle grace. Alas, she is more fair than thee.

(Evil Queen) Alas for her! Reveal her name.

(Magic Mirror) Lips red as the rose. Hair black as ebony. Skin white as snow.

(Evil Queen) Snow White!


여왕과 마법의 거울이 나누는 이 대화는 "백설공주"의 가장 문제가 되는 대화입니다. 무려 1937년에 컬러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권선"을 다루고 있고("징악"은 아님), 동물, 자연 그리고 7명의 난장이와 살해위협에 놓인 어린 공주와의 교감이 극을 풀어나가는 제재 입니다만, 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지 무려 88년이나 지났어도 이 애니메이션 관련하여 회자되는 것은 오직 "누가 더 이뻐?"뿐입니다. "장미처럼 붉은 입술,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이 대사는 그냥 이 애니메이션에서 백설공주의 외모를 설명하는 것이지만, "누가 더"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즉, 외모로 경쟁을 붙여놓은 것입니다. 사실 여왕이 최초로 물어본 질문은 누가 더 "Fair 해?" 입니다. 이 단어는 물론 형용사로 아름다움이라는 뜻도 있지만, 거울의 첫번째 대답을 보면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라 "Gentle grace (온화한 우아함)"도 있습니다. 즉, 백설공주는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라 "우아함"도 여왕보다 훌륭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grace는 빼고 오직 beauty에 포커스를 두었고, "누가 더 Fair 해?" 는 결국 "누가 더 Beautiful 해?" 가 되어 여왕과 백설공주가 오직 미모만으로 대결하는 구도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후의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오직 두 여주인공의 미모대결, 혹은 어느 미인 여배우 둘이 이 캐릭터들을 연기할 것인가가 이 작품의 최대 이슈가 되어 버렸습니다. "권선징악"이고 뭐고 다 관심없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원래의 제목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도 난장이는 빼고 "백설공주"로 조정되었습니다.


"백설공주"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영화화 되었고, 특히 2012년에 두 편의 "백설공주"가 상영되었습니다. 하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이고, 다른 하나는 "릴리 콜린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입니다. 이 중 첫번째 것은 원작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고, 두번째가 그나마 원작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금년에 캐스팅 문제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또 한 편의 "백설공주"가 상영되었고, IMDB 평점 1.7 이라는 처참한 점수로 가까스로 제작비를 회수했습니다. 1.7 이라는 점수는 "아예 쓰레기!"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치 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가 백설공주를 연기한 "레이첼 지글러"라는 배우에 대한 반발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여왕(갤 가돗)이 이미 백설공주보다 예쁜데, 거울에게는 뭐하러 물어본 것이며, 거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백설공주가 더 예쁘다고 했을까.


이제 이 영화에 대하여 지원사격을 좀 해볼까 합니다. 이 영화는 우선 1937년 애니메이션에 가장 가까운 실사화 입니다. 여왕과 백설공주의 의상, 마법의 거울속 얼굴의 형태, CG로 처리한 7명의 난장이의 외모와 이름, 등장하는 노래, 키스로 잠든 공주를 깨우는 것 등, 모든게 거의 원작과 같습니다. 다만, 원작에서는 여왕에 대항하는 반란군 수장이 아니라 왕자였고, 여왕에 대한 복수도 없고 그냥 왕자와 같이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입니다. 사실 너무나도 오래된, 거의 애니메이션의 원조격이나 다름없는 "셀 애미메이션 시조새"는 당시로서는 너무나 신기했을 것이기 때문에 디즈니의 대표작이 되었겠지만, 88년이 지난 오늘, 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봤더라도 오늘날의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작화나 동작이 어색하기 짝이 없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줄거리도 별거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려면 줄거리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금년에 나온 이 "백설공주"는 "레 미제라블" 피날레처럼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비슷하게 지배자에 대적하는 백설공주와 그에 힘을 보태는 시민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한 편으로는 "500일의 여름"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두 편을 모두 연출했던 "마크 웹" 감독이 이렇게 허술하게 영화를 만들리 없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고, 별거 없는 줄거리에 살을 붙이면서도 원작을 유지하려다 보니 그렇게 매력적인 줄거리가 되지도 못했고, 제작비는 많이 들여 그래픽은 화려하지만 이야기와 겉도는 등의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주연인 "마리아"로 출연하여 뛰어난 노래를 선보인 "레이첼 지글러"가 이렇게 훌륭하게 노래를 불렀음에도 오직 외모 하나만으로 욕을 먹는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근복적으로 원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이기 때문입니다.


"편견".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능은 여러 분야에서 눈을 멀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큰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 놓은 영화를 아예 보지도 않고 출연자 얼굴 하나만으로 나락으로 보내는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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