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넷 - 클로이 자오

Hamnet (2025)

by 인문학애호가


사람들이 모여들고 무대위에서는 연극이 한 편 시작됩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1막 입니다. 동생에게 독살당한 왕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 아들 "햄릿"에게 복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대 앞에는 하나 뿐인 어린 아들 "햄넷"을 전연병으로 잃은 엄마가 있습니다. 이윽고 "햄릿"의 피날레인 5막 2장 입니다. "햄릿"과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겠다는 "레어티스"와의 칼싸움이 시작됩니다. 칼에는 독이 묻어 있고, 이 독은 결국 "레어티스"를 죽이고, 형을 독살한 왕 "클로디어스"을 죽이지만, "햄릿"도 찔립니다. 그리고 그는 무대 앞으로 나와서 자신의 마지막 독백을 합니다. 이 비극의 가장 슬픈 부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장면에서 무대 앞에 있던 엄마의 손이 무대로 들어와 "햄릿"을 붙잡습니다. 순간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동이 폭발합니다.


이것은 슬픔을 슬픔으로 극복하는 "살풀이" 입니다.


"셰익스피어"에게는 3명의 자식이 있었고, 각각 맏딸인 "수잔나", 그리고 쌍둥이 중에 먼저 태어난 "햄넷", 이어서 태어난 "주디스" 입니다. 이 영화는 전염병에 의한 '햄넷"의 사망, 도저히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부가 너무나 괴로워하다가 연극 "햄릿"으로 살풀이 하는 영화 입니다. 영화는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을 줍니다. 차분히 내용을 쌓아가고, 관객에게 얼마간의 인내심도 필요하며,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대사도 많아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문해력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피날레에 도달하면 걷잡을 수 없는 감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1999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싹쓸이 한 "존 매든"감독 연출, "조셉 파인스",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당시 극장에서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던 "셰익스피어"와 그의 몇 가지 작품들이 언급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비교적 밝은 톤이었고,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우리 앞에 놓인 무거운 톤의 "셰익스피어"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 아니라 그의 가족의 이야기이며, "런던"이 아닌 시골 "스트래트포드"의 이고, 남편이 직장 때문에 런던으로 떠나간 뒤에, 아이 셋과 집안을 책임지며 무거운 삶의 무게를 온전히 혼자서 짊어지는 억척스런 아내 "앤 해서웨이 (Anne Hathaway)"의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는 베스트 셀러인 "매기 오패럴"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원작자와 감독 "클로이 자오"가 함께 영화로 각색하였습니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아예 없던 내용은 아니고, 작가가 조사를 좀 해서 실제로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햄넷"은 그냥 "햄릿"과 혼용되던 이름입니다. 이 영화에서 "아녜스"를 연기하는 "제시 버클리"는 거의 "메릴 스트립" 급의 명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쌍둥이를 출산할 때, 두번째로 나온 딸아이가 숨을 쉬지 않아 산파가 사망으로 처리하려고 했을 때, 그걸 살려내는 모습이나, 그렇게 가까스로 태어났음에도 역병에 걸려 다시 죽음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아이를 살려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나 모두 놀라운 리얼리티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현재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미 이 작품으로 다수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날이 갈수록 인간에 대한 애정이 희박해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고, 생명의 가치도 그만큼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각박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영화입니다. 우리에게는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연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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