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폴 토머스 앤더슨

One battle after another (2025)

by 인문학애호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하나의 싸움이 끝나고 또다른 싸움. 즉, 끝없는 싸움이라는 뜻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관한 영화이고, 이 싸움은 미국 역사를 관통하는 두 세력간의 싸움입니다. 한 세력은 모든 권력을 쥐고 절대로 빼앗기지 않으며 미국 전체를 통제하에 두려는 순수한 백인으로만 구성된 "이너써클 (Inner Circle)" 세력이고, 반대편 세력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세력으로 "이너써클"의 권력을 나눠 안정적으로 미국에 정착하려는 세력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두 세력의 다툼을 다루는 영화 입니다.


이 영화에서의 두 세력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Christmas Adventurer Club)"이라는 백인으로만 구성된 일종의 KKK 비슷한 모임으로 미국 핵심 권력층을 멤버로 두고 있고, 또 다른 세력은 "프렌치 75 (French 75)"라는 일종의 혁명단체로서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충돌하며 싸움이 시작됩니다. 즉, "프렌치 75" 단체는 국경에서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에 의하여 조종되는 미국 정부의 이민단속국과 대치중 입니다. "밥 퍼거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백인이지만 "프렌치 75"의 단원이고, 이민단속국의 수장은 "스티븐 록조(숀 펜)" 총경입니다. 이 둘이 대치는 하고 있지만, 이 둘을 연결해주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프렌치 75"에 속한 과격한 행동대장인 흑인여성 "퍼피디아 베벌리힐즈" 입니다. 그녀는 "밥 퍼거슨"의 동료이지 연인이 되지만, 동시에 "스티븐 록조"의 "흑인여성 페티시"의 대상 입니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 "퍼피디아"와 관계를 갖습니다. "퍼피디아"는 결국 임신을 하게 되고 딸을 낳습니다. 이 딸은 "퍼피디아"의 무분별한 성관계의 결과입니다. 과연 "밥 퍼거슨"과 "스티븐 록조" 중 누가 진짜 아빠일까요? 공교롭게도 둘 다 백인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전개에서 핵심 소재가 됩니다.


이제 "프렌치 75"는 자금을 마련하고자 은행을 털게 됩니다. 그리고 "퍼피디아"는 어쩔수 없이 살인을 하게 되고, 결국 경찰에 붙잡힙니다. 죄없는 사람을 해쳤기 때문에 감옥에 가야하는데 "스티븐 록조"가 옵션을 제시합니다. 동료 이름을 대고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인생의 끝을 볼 것인가. 놀랍게도 "퍼피디아"는 배신을 택하고 목숨을 연명하며 숨어버립니다. 자신이 낳은 딸 "윌라"는 "밥 퍼거슨"에게 남겨놓은채... 이 장면은 과격한 혁명가가 제도권의 힘에 의하여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어떻게 권력이 이동하지 않고 여전히 공고히 자리를 지키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16년이 지납니다.


16년동안 "프렌치 75"는 "퍼피디아"의 배신으로 멸족하고 남은 인원은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스티븐 록조"는 여전히 남은 잔당을 추적중입니다. 그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조건이 잘 맞습니다. 백인우월자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이며, 다른 인종의 제거에 적극적입니다. 딱 맞습니다. 거의 정식 멤버가 될 뻔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사건이 결적적인 치명타가 되는데, 오래전에 흑인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밥 퍼거슨"이 키우는 딸이 "스티븐 록조"의 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클럽은 그에게 "딸"을 제거하고 완전무결한 상태가 되라고 합니다. 결국 진짜 아버지인 "스티븐 록조"는 가짜 아버지 "밥 퍼거슨"에게서 자신의 친딸을 빼앗아 제거해야 합니다. 친딸이건 뭐건 어차피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부녀관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추격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친딸만 제거하면 정말 모두 해결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클럽에게 "스티븐 록조"는 이미 더러워진 몸이고 제거의 대상입니다. 결국 "스티븐 록조"는 "밥 퍼거슨"과 "윌라"을 추적하지만, 자신이 클럽의 살해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모릅니다. 이렇게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결국 "윌라"는 가짜 아버지에게 안기고, 진짜 아버지는 클럽에 의하여 제거됩니다.


결코 예사로운 줄거리가 이닙니다. 감독은 현재의 미국에 서슬퍼런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가장 극단적인 사례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결코 현재의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은 나라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부터 백인이 지배하는 나라였고, 계속 백인이 지배해 왔으며, 앞으로도(아마도) 계속 백인이 지배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계속 "애프터 어나더"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감독은 끝없는 희생과 반목을 만들어내고 있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휴머니즘" 뿐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물론 감독은 권력속에서 개인이 가지는 감정적 취약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밥 퍼거슨"은 정말로 자기의 목숨을 걸고 "윌라"를 지켜내려고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이 실로 눈물겹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현재의 수많은 휴머니스트 "밥 퍼거슨"에게 보내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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