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5)
이 영화는 땅에서 벌어지는 "탑 건" 입니다. 땅에서 벌어지는 "탑 건"이라고 해서 "땅 건" 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감독도 "탑 건 :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입니다. "F1"과 "탑 건 : 매버릭"은 영화의 구조도 거의 비슷합니다. 기승전결도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탑 건"의 재탕이었다면 이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감독은 단순한 전작의 재탕이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그 깊이는 바로 "인생" 입니다. "전투기"를 조종하는 비행사의 화려한 조종보다 핸들을 돌리는 드라이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 모두가 운전을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F1"에서 영화에 녹여내는 "인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깊이를 추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라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 본 장년의 주름 가득한 배우의 얼굴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회환과 아쉬움, 그리고 남은 인생에 대한 기대감등을 이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담아냅니다. 이것은 "톰 크루즈"의 얼굴에서는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감정입니다. 그래서 "F1"은 결코 단순한 재탕이 아닙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거대고 격렬한 파도가 몰아치는 쇼트와 F1 경주를 하는 쇼트가 2회정도 교대로 나오고 노을이 지는 저녁의 잔잔한 파도와 그 뒤를 이은 자동차 사고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자고 있는 주인공을 비춥니다. 즉, 이 연속된 쇼트만으로 이미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납니다. 주인공은 F1 경주를 하다가 사고로 은퇴하고 일반 스포츠카 레이싱으로 인생 후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 군데만 머물지 않고 이 경기 저 경기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기술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한 경기를 승리하고 팀을 그만둘때 팀 매니저가 "평생 새출발만 할꺼야?" 하고 묻습니다. 이렇듯, 주인공 "소니 헤이즈 (브래드 피트)"는 현재 인생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목표가 좌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방황하던 주인공에게 그의 젊은 시절 동료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와 자신의 팀에 들어와 "F1" 경기의 참가를 권합니다. 정말 과거로 돌아가 한 번만 더 할 것이냐.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동료를 보내고 식사를 하던 그는 식당 주인에게 물어봅니다.
소니 헤이즈 : 친한 친구가 정말 말도 안되게 좋은 제안을 했어요. 어떻하시겠어요?
식당 주인 : 얼마나 준대요?
소니 헤이즈 :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식당 주인 :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소니 헤이즈 : ...
식당 주인에게는 당연히 "돈"이겠지만, 주인공에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즉, 그 좋은 제안이란건 그에게 어떤 중요성을 가질까요? 자신의 남은 인생에 이 제안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 질문을 식당 주인에게 던지는 그 자체가 이미 친구의 제안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 등장하고 Formular 1 의 현장으로 관객을 끌고 갑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F1 경주 시설, F1 경주의 규칙, F1 경주와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F1 경주의 차량과 드라이버에 관련된 내용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거의 F1 경주의 홍보역할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아마 이 영화를 통하여 F1 경주에 입문한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관객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300 km/h 를 넘나드는 극강의 스피드 입니다. 이 스피드는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몰입도를 유발합니다. 영화는 경이로운 카메라워크를 보여주며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자동차의 미칠듯한 질주를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줄거리는 "탑 건"의 공식을 거의 그대로 답습합니다. 젊은 동료와의 대립, 가벼운 연애, 지속되는 좌절, 팀웍의 흐트러짐, 주인공의 좌절 그리고 최종적인 성공. 거의 공식에 가까운 진행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여기서 감독은 "탐 건"에서는 없던 장면을 넣습니다.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라고 말하며 자신을 되돌아 봅니다. 도대체 자신의 자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새 직장.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는 어디까지나 "과거"이고, 자신을 평가해 줄 유일한 데이터인 화려했던 "과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새 동료들. 젊었을 적에는 끓어오르는 혈기로 과감히 도전했으나, 그런 혈기가 정말로 아직도 남아 있을까? 괜한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자기불신 등을 끼워 넣습니다. 이것은 장년에 접어든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런 감정들 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이 들었을 때,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이미 올라탄 파도이고, 이미 해안선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중간에 멈추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사생결단". 그리고 그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다시 밀어붙입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하일라이트는 정말로 인상적 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젊은 루키와 같이 질주하고 있는 경쟁자 1명을 에워싸고 승리를 향하여 돌진합니다. 여기서 한 명이 희생하여 경쟁자를 잡아 놓을 수 있다면, 승리는 이미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양보했으나, 그를 마음으로 이해한 동료가 그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오직 주인공의 얼굴과 길만을 비춥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고, 뒤에서는 "한스 짐머"의 심장 박동같은 음악이 나오며 나머지 모든 소리가 꺼집니다. 이 장면은 순식간에 "자동차 경주"를 "인생의 경주"로 전환합니다.
"소니, 완주할 수 있어요?"
"한 랩 남았어, 해밀턴은 포기 안해."
"소니, 완주할 수 있냐고요 !"
이 클라이막스의 연출은 정말 훌륭하고, 관객의 흥분과 감동을 극한으로 끌고 갑니다. 이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대표작이 될 것입니다. 경주가 끝나고 터지는 수많은 불꽃은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쥔 모두에게 영화가 바치는 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