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The Picture of Dorian Grey (1891)

by 인문학애호가

이 작품을 두 번 읽었습니다. 첫 번째 읽었을 때, 내용이 너무 산만하여 도대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의구심에 번역본을 바꿔서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이미 한 번 읽었던터라, 첫 번째 읽었을 때 보다는 집중이 좀 되었지만, 여전히 전체를 아우르는 그 무언가는 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입니다. "켄터빌의 유령"을 비롯한 몇 가지 단편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이 작가는 소설에는 재주가 별로 없구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하퍼 리"의 퓰리처상 수상작 "앵무새 죽이기"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닥터 지바고"와 같이 평생 한 편만 쓰고도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도 있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 정도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 편의 문학작품으로서는 손색이 없고, 특히 "오스카 와일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셰익스피어 전문가라 여전히 셰익스피어 작품이 수도 없이 언급됩니다. 그리고 그의 엄청난 지식자랑도 여전합니다. 특히 제 11장. 이 작품은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인 "도리언 그레이"의 사생활이나 신변잡기등에 대한 내용과 수많은 인용이 가득한 11장이 가장 읽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11장은 안읽고 넘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줄거리에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도리언 그레이”, 그리고 그의 화가 친구인 “바질 홀워드”, 지극히 냉소적인 사고를 지닌 귀족 친구인 “헨리 워튼 경”입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엄청나게 잘생긴 청년 귀족으로 그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빠져들게 하는 미모를 지니고 있고, “바질 홀워드”가 “도리언 그레이”의 멋진 초상화를 사진처럼 똑같이 그려내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도리언”은 “헨리 워튼 경”의 냉소주의에 사로잡혀 선과 악의 경계선으로 접어들고, 다소 충격적인 사건으로 전개됩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자서전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나의 모습이다.” 이게 이 소설의 전부입니다. 사실 "도리언 그레이"나 "헨리 워튼 경"이나, 화가 "바질 홀워드"나 심지어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모두 "오스카 와일드"의 일부분 입니다. 사람들은 "오스카 와일드"를 "헨리 워튼 경" 같은 박식하고 위트 넘치는 사람 정도로 보지만, 사실 그는 "도리언 그레이"와 같이 선과 악이 뒤섞여 다양한 감정과 생각으로 방황하는 예술적인 자아를 꿈꾸고 있고, 실상은 "바질 홀워드"와 같이 그러한 예술적인 자아를 그림으로 그리는 차원에서 그치고 인생이 종료되는, 꽃피지 못한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시대를 잘못 타고났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도 "제임스 조이스"와 마찬가지로 문학을 예술의 궁극의 종착지로 생각하고 있었고,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그 꿈을 펼치다가 당시 사회에서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동성애”로 인하여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한탄이자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움이 담긴 소설입니다.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1장을 제외하고는 나름 흥미진진하며 "도리어 그레이"가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도가 증가 합니다.


게다가 지식인으로 등장하는 “헨리 워튼 경”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성찰은 이 소설의 진정한 백미 입니다. 거의 소설 앞 1/2이 무릎을 치게 만드는 문장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독보적인 성찰의 생각을 모아서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 틀이 될 소설을 한 편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닌가. 줄거리 자체는 판타지에 지나지 않고, 내용 자체만으로는 대단한 성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문장 하나 하나가 정말로 주옥 같습니다. 이 성찰만 모아도 한 권의 “아포리즘” 책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소설은 이미 2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영상물이 소설이 지닌 "오스카 와일드"의 빼어난 글쓰기를 담아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이 소설에 담긴 텍스트는 아주 빼어납니다.


- 세상에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보다 더 나쁜게 딱 하나 있는데, 뭔지 아나? 그건 바로 누구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는거야.


- 결혼의 한 가지 매력은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기만적인 생활이 필요해진다는 거야.


-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것이야말로 겉치레야. 세상에 그런 것처럼 짜증나는 겉치레도 없어.


- 양심과 비겁함은 사실상 같은 것이지. 양심은 고집스러운 인간에 붙는 이름일 뿐이야. 그뿐이라고.


- 나는 외모가 잘생긴 사람은 친구로 삼고, 성격이 좋은 사람은 그저 아는 사람으로 삼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적으로 삼는다네.


- 아름다움도 천재성의 한 형태라네. 실은 천재성을 능가하는 것이지. 설명조차 필요 없으니 말이지.


-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먼저 늘 자신을 속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끝날 땐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으로 끝나지. 그게 바로 이 세상이 로맨스라고 부르는 것일세.


- 가난이 문 안으로 기어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달아난다고 하지.


- 인간이 철저하게 어리석은 짓을 할 때는 항상 가장 고귀한 동기가 있기 때문이야.


- 가난한 사람들의 진짜 비극은 자기 부정밖에는 지불할 게 없다는 거야. 다른 아름다운 것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죄악은 부자들의 특권이지.


- 사랑이 완전히 끝나면, 항상 상대방의 감정에서 뭔가 우스꽝스러운 면이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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