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있다면 너를 걷어찰거야 - 메리 브론스타인

If I had legs I'd kick you (2025)

by 인문학애호가

"로즈 번 (Rose Byrne)" 은 헐리웃의 대표적인 로맨틱-코미디 배우였습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나 "X-Men" 같은 영화의 조연으로 등장했고, 드라마에도 비슷한 배역을 맡았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연기파 배우가 되었습니다.


"메리 브론슈타인"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다리가 있다면 너를 걷어찰거야"에서 신경쇠약으로 궁지에 몰린 폭발 직전의 심리치료사(Psychological Therapist) 역할로 관객마저 신격쇠약 근처까지 몰아가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2시간이 살짝 안되는 영화인데 다 보고나면 배우도 관객도 모두 기진맥진하게 됩니다.


"린다 (로즈 번)"는 환자와 대화를 통하여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해결을 돕는 심리 치료사이고, 바다에서 복무하는 해군의 아내이며, "거식증"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고 기계를 통하여 영양분을 공급받는 딸아이의 엄마 입니다. 해군의 아내라는 뜻은 남편의 얼굴을 거의 볼 일이 없다는 뜻이고, 대부분의 대화가 전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심리치료사"라는 직업은 하루종일 오피스에 갖혀 다양한 환자의 넋두리를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직업이고, 이것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린다"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딸" 입니다. 수시로 기계에 영양분을 넣어줘야 하고, 신경이 극도로 민감한 상태이므로 학교에도 못보내고 하루종일 근처에서 돌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편의점 여직원은 극도로 불친절하고, 병원의 주차단속 요원은 수시로 차빼라고 다그칩니다. 한 마디로 현재 "린다"의 상태는 고구마 10개를 물도 없이 한번에 먹어치운 상태 입니다. 이 고구마 10개를 소화시키기 위하여 동료 "심리치료사 (유명한 MC 코넌 오브라이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이쯤되면 관객들도 "린다"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고구마 10개를 물도 없이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날 거주하던 주택의 방의 천장에 구멍이 뚫리고 난장판이 되어 수리가 끝날때까지 근처 호텔에 투숙해야 합니다. 말이 호텔이지 "모텔"에 가깝습니다. 천장에는 구멍이 뚫리고, 딸의 배에는 튜브가 들어갈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구멍은 "린다"의 마음에 뚫려 있습니다. 천장의 구멍을 메꾸려고 수리공을 불러 오지만 얼마 하다가 엄마가 죽었다는 핑계로 도망가 버립니다. 어떻게 구멍을 메꿀 것인지 "린다"가 기대하는 답변을 주지 못한채.. 거식증 환자인 딸을 어떻게 해서든 고쳐보려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사는 "린다"가 기대하는 답변을 주지 못합니다. 이제 "린다"은 "캐롤라인"이라는 환자와 상담을 하는데 갓난아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화장실을 가는척 하면서 아이를 "린다"에게 두고 사라집니다. "린다"는 급히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 동료는 "린다"가 기대하는 답변을 주지 못합니다.


"린다"는 이 난관을 극복한답시고 공포영화도 보고, 매일밤 와인도 마셔보고, 같은 호텔의 흑인의 꼬임에 넘어가 "코카인"도 해봅니다만, 가슴에 뚫린 구멍은 메워지지 않습니다. 거기에 먼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남편은 전화로 "린다"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어느날 "린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듣다가 딸아이의 뱃속으로 연결된 튜브를 빼보기로 합니다. 튜브를 빼버리고 나면 구멍이 남는데 그 구멍은 자연적으로 메꿔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과감히 감행합니다. 이어 남편(크리스천 슬레이터)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일꾼을 불러 구멍난 천장을 메꾸고 흰색으로 도색까지 합니다. 이제 남은 구멍은 1개 입니다. "린다"의 마음속에 있는 이 구멍은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결국 집 근처의 바다로 돌진합니다. 그러나 세찬 파도를 뚫지 못하고 백사장에 던져지는데 이 때 단 한 번도 스크린에 얼굴을 보여주지 않던 딸이 옆에 와서 엄마를 부르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말 힘든 배역 입니다. "린다"에게 이 세상을 걷어찰 다리가 있다면 정말 힘차게 걷어차고 싶을 겁니다. 극중에서 "린다"가 흘리는 눈물은 어쩌면 진짜 "로즈 번"의 눈물일지도 모릅니다. 감정의 기복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바다로 뛰어드는 "린다"의 그 마음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린다"도 관객도 모두 그 바다로 뛰어듭니다. 죽을지 살지는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린다"는 마음에 뚫린 구멍을 메워줄 답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그 어떤 답변도 주지 못합니다. 아니 답변을 줄 생각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지쳐서 백사장에 쓰러진 자신을 웃는 모습으로 바라봐주는 가족. "린다" 옆에 나타난 딸은 어쩌면 이미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튜브를 빼버렸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 딸이 살아있건, 영혼이건 "린다"에게는 그 가족이라도 필요합니다.


"로즈 번"은 이번 오스카에서 "햄넷"의 "제시 버클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복병입니다. 두 영화 모두 고통받는 "엄마라는 여자"를 표현하고 있고, "제시 버클리"는 살풀이를 통해서 벗어나지만, "린다"는 끝까지 벽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딸아이의 의사로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이 영화의 감독 "메리 브론스타인" 입니다.

"코넌 오브라이언"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금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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