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 나카에 이사무

冷静と情熱のあいだ (2001)

by 인문학애호가

사랑을 해설하는 영화 !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단연코 "음악" 입니다. 전문 OST 작곡가인 "요시마타 료"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곡들이 영화의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특히 두 연인이 처음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 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기타와 피아노, 그리고 현악합주로 연주되는 "History"는 영상이 아닌 OST 만 별도로 듣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곡들이 있음에도 제작진은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뉴에이지 음악가인 "엔야 (Enya)"의 곡들 다수를 영화에 삽입하였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음악"이 넘쳐납니다. 도대체 왜?


영화는 주인공 "준세이"의 해설로 시작해서 그의 해설로 끝납니다. 일본영화의 특징이라고 해야할 지 아니면 고질병이라고 해야할 "해설"이 영화 전반에 가득합니다. "내레이션"이 아니고 "해설"입니다. 감독의 의도라고 보면 "해설"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멜로 영화의 핵심인 "감정"도 해설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새 관객의 "감정"도 해설에 빼앗기게 됩니다. 두 남녀 주인공의 표정에서, 아니면 대화를 통해서 둘의 감정이 드러나야 관객이 이걸 "사랑"이라고 받아들일지 "애증"이라고 받아들일지 고민하는데, 이걸 "사랑"이라고 우기면서 기필코 왜 "사랑"인지 설명을 해줍니다. 관객이 공감을 하건 말건...


배경이 되는 장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풍스런 도시인 "피렌체" 입니다. 그리고 "피렌체 대성당" 즉, "두오모"에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깔아놓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피렌체"에서 마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밀라노" 기차역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럴거면 도대체 "두오모" 옥상에서의 기다림은 왜 넣었으며, 둘은 도대체 왜 "피렌체"에서 만났을까요. 멜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두 연인의 연애와 관련된 장면인데, 오히려 둘의 주변에 "꼭 필요할까" 의심되는 인물과 그들과의 대화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놀랍게도 둘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둘의 관계는 계속 설명으로 해결합니다. 이렇게 되면 관객이 둘의 연애에 공감하거나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두오모" 옥상에서 만났을 때 "이제 맺어지겠군"하다가 다시 틀어져 버릴때 그 배신감으로 어처구니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또하나, 앞에서 음악에 대하여 소개했습니다만, 음악이 아름답다고 했지, 영화와 어울린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음악이 겉돌고 있습니다. 둘의 연애에 파고들어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끝까지 분위기만 조성하고 있고, 그 분위기도 과거를 회상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엔야"의 음악을 넣은 이유는 "요시마타 료"의 곡들이 대부분 "회상"의 느낌만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엔야"의 곡들이 이 영화를 위하여 작곡된 곡이 아니므로 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냥 삽입곡으로 넣었다는 느낌만 받습니다. 즉, 음악 자체는 뛰어나지만 이 영화를 위한 음악을 아니었던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밀라노 기차역에서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드디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표정을 지을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이 장면에 맞는 "요시마타 료"의 곡이 한 곡 정도 있어야 하는데 또다시 "엔야"의 곡이 등장합니다. "History"를 한 번 더 사용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이제 이 영화의 결론입니다. 2시간이 넘도록 일본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다수의 장소에서 재회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듯 싶었으나,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를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고 믿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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