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zone of interest (2023)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마틴 에이미스"라는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 한 것으로 완전히 독일어로만 진행이 됩니다. 처음에는 조나단 글레이저가 누구길래 이렇게 주목을 받나 했는데 스칼렛 조핸슨 주연의 "언더 더 스킨"의 감독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물론 다른 포스터도 있습니다만) 사방이 완전히 어둡고 사람이 생활하는 영역은 아주 한적하고 아늑해 보입니다. 가운데에 간이 수영장과 나무로 된 미끄럼틀이 있고, 마치 피크닉의 한 장면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두 한가로운 한 낮을 즐기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생활 공간 입니다. 영화 내내 이런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걱정이란 전혀 없을것만 같은 곳입니다.
문제는 저 어두운 공간 입니다. "The zone of interest"라는 제목은 어떤 포스터에는 위와 같이 아래쪽에 있고, 또다른 포스터는 저 어두운 곳에 있습니다. 둘 다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저 어두운 공간은 다름아닌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입니다. 그리고 아래의 아늑한 생활공간은 "아우슈비츠"를 관리하는 총책임자의 "관사" 입니다. 이 관사는 높은 담장으로 테두리가 되어 있고, 수십만명이 독가스로 학살되어 태워지는 저 너머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높은 굴뚝에서 매일같이 검은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을 뿐, 아우슈비츠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인 "루돌프 회스" 중령이 "하켄크로이츠"가 달린 나치 군복을 입고 있지 않더라면 그냥 공장지대 한가운데의 전원주택일 것입니다. 이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매순간 사방에서 울리는 총격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뭔가를 태울때 나오는 매케한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서 늘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책임자의 아내 "헤드비히 회스"는 남편이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된 상황에서도 자신은 이 "아우슈비츠" 관사를 절대로 떠날 수 없다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남편만 전근을 보냅니다. 어느날 그녀의 어머니가 잠시 방문을 하게 되고, 이곳 사람이 아닌 어머니는 얼마 버티지를 못하고 이 생지옥에서 도망칩니다.
이 곳은 지옥입니다. 공기에 유대인 희생자의 육신이 타면서 나온 증오의 냄새가 가득 담긴 곳입니다. 이게 이 영화의 전부 입니다. 특별한 줄거리도 없고, 아늑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사가 전부이며, 그들이 특별히 무슨 악행을 저지르는 곳도 아니고, 다만 유대인 하녀에게 제대로 안하면 재가 되게 하겠다는 협박은 합니다. 즉, 담장밖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에 "루돌프 회스"는 아우슈비츠에서 일처리를 잘하여 "하인리히 힘러"에 의하여 진급과 동시에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지시를 받으러 갑니다. 이 과정에서 건물을 내려가게 되는데 한 층 한 층 내려갈 수록 조명이 어두워 집니다. 즉, 그는 지옥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잠시 어느 층에 머물렀을때 갑자기 현대의 아우슈비츠를 청소하는 장면과 더불어 전시실에 엄청나게 많은 신발과 줄무니 죄수복이 전시된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회스는 계속 어두운 계단을 내려갑니다. 무슨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 안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의 끔찍함을 완전히 역설적으로 보여주는데, 단 한 번도 아우슈비츠의 잔혹행위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감상자의 머리속에 아우슈비츠의 참혹함을 떠오르게 하기 위하여 매우 섬찟한 음악과 효과음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는 음향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영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 것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하지만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더이상 일어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1시간 45분동안 기승전결 없이 차분한 톤으로 끝까지 갑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는 갑니다만, 그리고 스필버그가 홀로코스트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 다음가는 걸작이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마크 허먼" 감독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 훨씬 충격적인 영화입니다.
포스터의 위와 아래에서 "Zone of Interest"는 과연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