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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애호가 Nov 07. 2024

셰이프 오브 워터 - 기예르모 델 토로

현대영화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헬보이 1", "헬보이 2",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와 같이 크리처가 주연인 작품들을 발표할 때, 그가 이런 기괴한 캐릭터로 가득찬 영화로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델 토로 감독 자신만의 세계가 따로 있고, 영화 자체는 대체로 높은 평가와 흥행도 어느 정도 보장되었지만, 좀 더 높은 수준의 보편적인 가치를 요구하는 아카데미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스타일로 연출한 "셰이프 오브 워터"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차별의 극복"이라는 너무나 중요한 보편적 주제를 함축한 내용의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프로덕션 디자인과 수록된 OST가 너무나 좋습니다. 당연한 수상입니다.


시대는 1960년대 입니다. 가수 "앤디 윌리엄즈"가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 (A summer place)"의 주제가를 부릅니다. 미국과 소련이 한창 우주 개척 경쟁을 하고 있고, 소련이 개를 먼저 우주에 보내는 데 성공하여 미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몸이 달아 있습니다. 이제 영화는 국가의 중요한 연구시설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다수의 여성들과 같이 청소부를 하고 있는 "일라이자"는 듣기는 하지만 벙어리 처녀입니다. 벙어리라는 설정은 주변과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화가인 노인과 둘이서 한 아파트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인 "젤다"가 항상 옆에서 도와줍니다. 어느날 이 기관에 "양서류인간"이 실험체로 들어옵니다. 이 기괴한 생명체는 두가지 방법으로 호흡이 가능합니다. 즉, 육지에서도 호흡이 가능하고 수중에서도 호흡이 가능합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 양서류인간을 연구하여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이곳의 "리처드 스트릭랜드"라는 기관장은 전기봉을 사용하여 이 생명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무엇보다도 하등동물로 대합니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가 사실은 "차별"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느날 이 생명체를 우연히 보게된 "일라이자"는 그 생명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역시 "혼자"이고 항상 "차별" 받으며, 자신처럼 "무시"당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동질감은 결국 애정으로 발전합니다. 여기에 소련에서도 과학자를 미국에 간첩으로 파견하여 연구소에 심어 놓았고, "리처드"는 이 과학자에게 곧 생명체를 처리할테니 연구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학자는 죽이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일라이자"는 결국 이 생명체가 살해당하기 전에 빼돌리기로 하고, 과학자 역시 도와주기로 하면서 "양서류인간"은 결국 "일라이자"의 아파트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비가 오는날 바다에 풀어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리처드"는 결국 사실을 알아내고 "일라이자"의 뒤를 쫒아 선착장까지 따라옵니다. 그곳에서 "양서류인간"과 "일라이자"를 총으로 살해하고, 자신은 총상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양서류인간"에게 살해당합니다. 이제 "양서류인간"은 "일라이자"를 데리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그곳에서 그녀는 다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차별을 일삼던 캐릭터는 결국 벌을 받고, 차별을 당하던 캐릭터들은 힘을 합쳐 차별을 극복합니다. 처음에는 "양서류인간"과 인간과의 연애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이 될수록 둘의 처지가 매우 비슷하게 그려지면서 그들의 연애가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합니다. 스토리의 힘과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그것을 해냅니다. 그리고 궁극에 가서는 위의 포스터처럼 둘이 이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은 위 포스터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입니다. 뛰어난 스토리에, 자신의 텃밭에서 신나게 활보하는 연출, 그리고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둘도 없는 음악까지 "판의 미로"와 더불어 "델 토로"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걸작 "셰이프 오브 워터" 입니다.  


    당신의 모습 알 수 없어  

    내 주변에서 당신을 찾네

    당신의 존재가 당신의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니

    그게 날 겸손하게 해

    당신이 모든 곳에 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양서류인간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사실 "헬보이"에 등장한 "에이브 사피엔"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눈꺼풀이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로 깜빡이는 것조차 똑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캐릭터 모두 "더그 존스"라는 배우가 연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에이브 사피엔"을 주연으로 한 영화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양서류인간"이라는 기괴한 캐릭터를 상대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공감을 해야하는 여주인공 "일라이자" 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 입니다. 호기심으로 접근하였으나 결국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종족의 차이를 넘어 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은 "음악" 입니다. 60년대의 명곡들과 특히 "You will never know"는 작품에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벙어리인 주인공이 "양서류인간"에게 느끼는 감정을 "당신은 모를거야"라고 생각할 때 음악이 받쳐줍니다. 기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르네 플레밍"이 노래하고 런던 심퍼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합니다.


    "일라이자"가 "양서류인간"과 같이 춤을 추는 상상의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되었는데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때 "일라이자"는 비로소 말을 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델 토로" 감독이 직접 쓴 것이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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