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영화리뷰
2021년에 발표된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걸작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지난밤 소호에서)"는 원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각본을 쓴 오리지널 스토리 입니다. 내용상으로 공포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미스테리 스릴러 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촬영감독이 한국인 정정훈씨 입니다. 국내에서 "올드보이"를 비롯한 걸작들을 실컷 찍고 헐리웃에 진출하여 흥행작의 촬영 감독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를 보면 시종일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을 정말로 절묘하게 잡아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냐 테일러-조이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진짜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주연 토마신 매켄지 입니다.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고 현재와 60년대를 오가면서 강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녀의 표정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
런던의 소호에 자리잡은 런던 패션 스쿨에 합격한 "엘로이즈(토마신 매켄지)"는 기숙사의 타락한 친구들이 맘에 안들어 하숙집을 찾다가 프랑스 음식점 옆에 자리잡은 하숙집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습니다. 평상시 1960년대 팝송에 흠뻑 물들어있는 엘로이즈가 하숙집 입주 첫날밤 꿈에서부터 1960년대로 돌아가 당시에 가수로 데뷔하려고 넘치는 자신감으로 무대에 도전하는 "샌디(아냐 테일러-조이)"와 정신적으로 한 몸이 되어 갑니다. 실제로 패션스쿨을 통하여 패션계에 데뷔하려는 엘로이즈나 넘치는 끼로 가수가 되려는 샌디나 동일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차이점은 엘로이즈는 학교의 친구들이 타락해 있고, 60년대의 샌디는 주변의 신사입네 하는 늙은 남자들이 항상 젊은 피를 노리고 있고, 그 젊은 피를 공급하는 포주 "잭"의 꼬임에 샌디가 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샌디는 결국 "잭"에 의하여 철저하게 파괴되어 갑니다. 그리고 엘로이즈는 현실에서 만난 어느 늙은 노인을 "잭"이라고 생각하고 경계를 하게 됩니다. 이제 엘로이즈의 환상은 꿈에서 뿐만 아니라 생시에서도 갈수록 심해져서 그녀의 학업마저 방해하고 "잭"에게 살해당할 위험의 샌디와 완전히 동화되어 공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동시에 살해당한 "샌디"에 대한 기록을 찾기 위해서 도서관의 기록물을 조사하고, 그 사건이 결국 자신이 기거하는 하숙집에서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말로 "샌디"는 그곳에서 죽었을까요. 이제 여기에서 반전이 발생합니다. 허를 찌르는 반전입니다. 결국 엘로이즈는 샌디 덕분에 성공적인 패션 아티스트로 데뷔를 마칩니다.
영화 자체가 매우 재미 있고, 도대체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엘로이즈와 샌디가 순식간에 번갈아가면서 등장합니다. 매우 스피디 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60년대에 늙은 남자들에게 농락당하는 샌디가 느끼는 공포가 엘로이즈의 표정을 타고 긴장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는 매우 뛰어난 스릴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