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리뷰
"샤이닝"은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와 더불어 공포영화의 양대산맥으로 칭송되어 온 걸작입니다. 2번째 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공포 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 작가 입니다.
스산한 산악지역에 자리잡은 오래된 호텔에서 일년의 절반을 고립된 채로 남아 호텔을 관리하게 되는, 꼬마 아들을 포함하여 3명으로 구성된 가족이 호텔에서 겪는 무시무시한 사건을 플롯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정말로 무섭습니다. 그리고 이 최강의 공포를 위하여 공포영화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채택되어 적재적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 최강의 공포 요소는 섬찟하기 그지없는 배경 음악과 텅 빈 거대한 호텔이라는 공간입니다. 이 두 요소만으로도 이미 공포 환경은 충분합니다. 거기에 더해 감독은 보는 사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하여 잭 니콜슨이라는 범죄형 마스크의 배우와 셜리 두발이라는 입과 눈이 매우 커서 공포감을 표현하기에 딱 좋은 배우, 그리고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꼬마역의 대니 로이드를 캐스팅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피와 실제 쌍둥이인 꼬마 여자아이 두 명, 온몸이 썩어들어가는 할머니등이 영화를 보는 사람의 두뇌에 최강의 공포를 풀어놓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역동적으로 등장인물들을 쫒아다니는 현란한 카메라와 절묘한 조명등 오늘날의 공포영화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든 기교와 기술이 다 들어있습니다. "샤이닝"은 입을 움직이지 않고 대화를 하거나 상대편의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영화에서 설명합니다. 영화에서 꼬마와 흑인 요리사간의 무언의 대화도 샤이닝이지만, 호텔과 호텔에 살았던 영혼들 그리고 잭 니콜슨간의 보이지 않는 대화도 역시 샤이닝입니다.
영화는 결국 아내와 꼬마가 미쳐버린 아빠를 남겨두고 호텔에서 탈출하여 마치 해피엔딩인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는 매우 슬픈 영화입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하여 거대한 호텔이라는 사회로 무작정 뛰어듭니다. 이 호텔이라는 사회에서 주인공 잭 니콜슨은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서 묵묵히 자기 일, 즉 먹고 살고, 먹고 살리기 위하여 타자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슬슬 고립된 사실을 인식하고, 호텔과 한 몸이 되기 위하여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호텔은 그에서 아름다운 누드의 여자도 보여주고, 5개월간 끊었던 술도 제공하며 그에게 우호적인 바텐더, 웨이터등도 제공합니다. 이제 이 아버지는 이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환경을 벗어날 생각을 접으니 먹고살기 위한 글쓰기도 더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타자기로 "일만하고 놀지않는 잭은 바보가 된다"라는 문장을 수백장 쓰게 됩니다. 그러면서 결국 자기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족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참으로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대 가장의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의 원작을 이런 안타까움 보다는 공포영화에 촛점을 맞추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스팅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가족 3명의 캐스팅이 지극히 순박한 마스크의 배우로 구성되었다면 이 영화는 공포영화 보다는 가족의 슬픔쪽으로 이해가 되었을 겁니다. 영화는 큐브릭 감독의 희망에 따라 역사상 최강의 공포영화가 되었고, 우리는 최고의 공포영화하면 무조건 "샤이닝"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큐브릭 감독은 클래식 애호가였습니다. 그래서 베를리오즈, 바르톡, 죄르지 리게티 등의 섬찟한 작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아들과 엄마가 TV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있는데 그 영화는 미셸 르그랑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로버트 멀리간 감독의 "1942년의 여름"이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