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2024)
2011년 시작된 혹성탈출 3부작이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로 계속할 것 같은 "혹성탈출:새로운 시대"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감독은 "메이즈 러너"라는 걸출한 시리즈를 성공시킨 "웨스 볼" 입니다. 지난 3부작에서 이야기가 거의 끝났기 때문에 뭘 더 할 이야기가 남아있을까 했는데 지난 3부작의 주인공인 "시저"의 사망후 수 세대 이후의 이야기로 다시 시작합니다. 작가는 이전 3부작의 작가들이 다시 참여합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독수리를 기르는 원숭이 부족인 "독수리 부족"이 왕국을 세우려는 욕심으로 가득찬 "프록시마 시저"라는 원숭이왕이 지배하는 부족에게 파괴되고, 살아남은 원숭이는 모두 끌려가서 힘든 노동을 해야 합니다. 벼랑에 박혀있는 거대한 철문을 여는 것이 그 일입니다. 이제 "독수리 부족" 족장의 아들인 "노아"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숨을 곳을 찾다가 "라카"라는 오랑우탄을 만나고, 이어 "노바"라는 인간 여자아이까지 합류합니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여자는 모두 노바 입니다.) 이 셋이 길을 떠나다가 결국 "프록시마 시저" 집단에게 붙잡히는데 (혹은 잡혀주는데), "노바"는 사실 말을 할 줄 아는 정상인이었고, 벼랑의 철문 안쪽에 있는 방치된 인간의 기지에서 "컴퓨터 부품"을 하나 가지고 살아남은 인간 부족에게 가져다 주는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결국 그 일은 성공하고, 인간의 무기가 가득한 기지는 바닷물에 수장되며 "노아"는 "프록시마 시저"를 제거하고 다시 자신의 "독수리 부족"을 세웁니다.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혹성탈출" 최초의 작품과 너무 비교가 됩니다.
우리에게 "해변에 반쪽만 남겨진 채 쓰러진 자유의 여신상"으로 너무나도 큰 충격을 주었던 "찰턴 헤스톤" 주연의 "혹성탈출"은 명장 "프랭클린 샤프너"의 1968년도 작품으로서 아직도 이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습니다. 원래 "혹성탈출"은 프랑스의 소설가 "피에르 불"의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피날레는 "프랭크린 샤프너" 감독의 연출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후에 "팀 버튼" 감독이 2001년에 연출하고 흥행에서 폭망한 "혹성탈출"이 좀 더 원작에 가깝습니다. 다시 지구인줄 알고 도착한 행성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한 "원숭이 행성"이었다는 것이 원작의 피날레 입니다. 이걸 "샤프너" 감독이 자유의 여신상을 넘어뜨리는 획기적인 시도를 하는 바람에 원작소설을 능가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샤프너"감독의 1탄은 결국 히트를 치고 2년후에 감독을 바꿔서 2탄이 제작됩니다. "지하도시의 음모" 입니다. 여기서 엔딩에서 핵폭탄으로 지구가 파괴되기 때문에 끝냈어야 하는데 다시 이듬해에 3탄이 나옵니다. "자이라 박사"와 "코넬리우스 박사"가 지구가 폭발하기 전에 "찰턴 헤스턴"의 우주선을 타고 과거로 왔다네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 시리즈는 매년 제작되어 결국 5탄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3탄부터의 줄거리가 시리즈물 치고는 의외로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꽤 괜찮은 시리즈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더이상 "우주선"은 없고 "다른 행성에 잘못 들리다"라는 컨셉도 없습니다. 지구에서 시작된 사건이고, 지구의 과학기술 때문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컨셉입니다. 1탄은 매우 설득력 있는 작품이었고, 2탄도 나름 괜찮았으나 3탄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을 바꿔 또다시 시작하는 시리즈가 바로 이 "새로운 시대" 입니다. 나름 "찰턴 헤스턴"이 나온 최초의 두 작품을 약간 오마주 했습니다. 우선 1탄의 음악이 부분적으로 비슷하게 등장합니다. (우주인 세 명이 호수에 빠진 우주선에서 나와 행성을 돌아다닐 때 나오는 음악입니다.) 그리고 절벽에 거대한 문이 있고, 이 문의 안쪽에 무기가 가득한 기지가 있다는 설정은 2탄 "지하도시의 음모"의 컨셉과 비슷합니다. 인간 여주인공의 이름도 "노바" 입니다.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제작진의 결의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골 우리듯 많이도 우려낸 시리즈가 "혹성탈출" 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평이하고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로, 그만해도 되겠는데 하고 있는데, 엔딩에서 또나올거라고 힌트를 줍니다. "노아"가 천체망원경 옆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정상적인 인간의 무리는 "노바"가 가져다준 부품으로 다른 곳의 정상인과 무선 통신을 성공시킵니다. 과연 무슨 이야기가 또 시작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