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diator 2 (2024)
21세기가 시작되던 2000년에 발표한 명장 "리들리 스콧"감독의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이 동일한 감독의 연출로 나온다는 사실은 엄청난 기대감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같은 역사물로서 바로 이전 작품인 "나폴레옹"이 흥행에서 완전히 실패를 했기 때문에 "리들리 스콧"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렇다면 "글래디에이터2" 역시 실패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결국 기우가 아니라 실패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과는 실패의 이유가 다릅니다. "나폴레옹"의 근복적인 문제는 재미없는 각본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2"의 문제는 각본이 아닙니다. 각본은 나름 괜찮았고, "리들리 스콧"감독의 스펙터클은 여전했으며, 스크린에서 "에픽"을 만들어내는 실력도 변함없었습니다. 전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투장면도 역시 "리들리 스콧"이라는 상표가 박혀 있었습니다. "글래디에이터 2"의 문제는 "조커2"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이 속편이라는데 있습니다. 만약 "글래디에이터2"가 독립된 영화로 발표되었으면 그나마 덜 실패했으리라고 봅니다.
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는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었을까요? 우리는 "조커2"를 보러 갔을때 머리속에 분명히 "조커"1편이 들어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보기좋게 기대에서 벗어났지요. "글래디에이터2"도 분명히 또다른 "막시무스"를 기대했을것입니다. 그리고 웅장하고 장엄하기 그지없는 전투장면, "스패냐드"를 중심으로 전술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승리를 거머쥐는 바로 그 "글래디에이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더이상 또다른 "막시무스"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드라마" 입니다. 적어도 각본은 "정치드라마"로 쓰여졌습니다. 그런데 "리들리 스콧"감독이 흥행을 위하여 전작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자 "정치드라마"에서 중요한 "심리적 갈등" 보다, 전작의 그림자를 다시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여기에 패착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하여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 출연료가 비싼 A급 배우가 없습니다. "덴젤 워싱턴"이나 "페드로 파스칼"은 배우로서 저무는 단계에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전투장면도 줄였습니다. 아마도 거대한 전투장면을 넣었음에도 실패한 "나폴레옹"에서 배운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음악이 흥행의 절반을 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전작의 "한스 짐머"의 웅장한 스코어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제작진도 1탄 만큼의 흥행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는 "막시무스"가 죽고 16년이 지나서, "게타"와 "카라칼라"라는 쌍둥이 형제가 로마를 폭정으로 다스리던 시점 입니다. 두 황제는 지속적으로 영토확장을 추진하고 있었고, "아카시우스 (페드로 파스칼)" 장군을 앞세워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카시우스"는 아내 "루실라 (코니 닐슨)"와 황제에 대한 반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웅장하고 멋질 것으로 기대되는 해상전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전투가 아쉽게도 금방 끝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막시무스"와 "루실라"의 아들인 주인공 "루시우스"가 "마크리누스 (덴젤 워싱턴)"의 도움으로 검투사가 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검투사가 되어 적수를 한 명 한 명 처단하면서 "루시우스" 자신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마크리누스"는 이 대단한 검투사를 이용하여 황제에게 총애를 받게되고, 조금씩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져 결국 정계의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결국 두 황제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마크리누스"는 황제 둘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이 원로원의 1인자로 등극합니다. 왕정이 공화정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아카시우스"의 반역도 결국 들통이나서 처단되고, 아내 "루실라"도 마찬가지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 "루시우스"가 반격에 나서 "마크리누스"를 제거합니다. 다만 "루실라"는 "마크리누스"가 쏜 화살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로마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임시 공화정은 다시 왕정으로 돌아갑니다.
"정치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웅장하고 전작에 비견되는 작품이 가능한 각본임에도 전작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막시무스"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고, 쌍둥이 황제도 "호아킨 피닉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액션장면은 대체로 짧고 금방 끝납니다. "글래디에이터2"는 딱 2탄 정도의 수준으로 마무리된 작품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님. 이제 은퇴하시지요. 끝내주는 SF 한 편만 더 만드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