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글을 앞두고 한참을 멈춰 섰다. 무엇을 쓸까,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고민하다가 문득 내 작가소개가 떠올랐다. "불완전한 기억들을 진솔하게 쓰기 위해." 그렇게 시작했었지.
불완전하다는 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직하다는 뜻에 가깝다. 우리의 기억은 애초에 완벽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감정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때로는 순서마저 뒤바뀐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스토리를 쓰고 싶지 않다. 대신 내가 기억하는 대로, 느낀 대로, 불완전하지만 진솔한 조각들을 꺼내고 싶다.
그래서 두 가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쓰리잡에 대한 이야기다. 세 개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기록. 왜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화려하지 않은, 생존의 불완전한 기록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 개의 모자를 번갈아 쓰면서 나는 종종 혼란스럽다. 오늘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 혼란 속에서 건진 단편들을 쓰려고 한다.
다른 하나는 16년째 이어온 덕질에 대한 이야기다. 아스널이라는 축구팀을 응원하며 보낸 시간들. 우승도 제대로 못하는 팀을 왜 그렇게 오래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덕질에는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 16년이 내 10대부터 20대, 30대 모두를 관통했고, 기쁨과 절망을 반복하며 나는 조금씩 나이를 먹었다. 열정의 불완전한 기록이다. 승리의 순간보다 좌절의 순간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들을 쓰려고 한다.
이 두 이야기는 겉보기엔 전혀 다르다. 하나는 일이고 하나는 취미다. 하나는 생계고 하나는 사치다. 하지만 내게는 둘 다 똑같이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앞뒤가 안 맞고, 누군가에겐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조각들.
나는 이 불완전한 조각들을 정직하게 꺼내놓고 싶다. 멋있게 포장하거나 교훈을 붙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누군가는 공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 모두의 삶은 불완전한 기억들로 이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이제 시작하려고 한다. 쓰리잡의 이야기를, 16년 덕질의 이야기를. 불완전하지만 진솔하게. 완성되지 않았지만 정직하게.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앞으로 써나갈 나의 글을 소개하는 글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