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세 시간을 자면서 시작한 쓰리잡

by 무토피아


남 일인 줄 알았다


N잡러.


처음에는 남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직장 다니는 것만 해도 빡센데, 퇴근하고 다른 잡을 한다고? 그게 가능한가? 아니, 대체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한때 세 시간을 자면서 쓰리잡을 했다.


지옥 같았던 10개월


왜 세 시간씩 자면서 쓰리잡을 하게 됐냐고?


사실 쓰리잡을 했던 기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개월 남짓이다.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내게는 지옥 같았던 시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은 마치 빚을 갚듯 시간을 쪼개 살던 나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피곤했고, 밤에 잠들 때는 다음 날이 두려웠다.


5시간 수면의 희망


바야흐로 몇 년 전, 나는 수습기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웃소싱 업체에서 호텔 알바를 했었다. 사실 그때도 아침 7시까지 가야 하는 스케줄로 5시간 남짓 자면서 꽤나 빡세게 생활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 있었다. '조금만 버티면 취업할 수 있어. 그럼 이 생활도 끝나겠지.'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호텔로 향했고, 저녁에는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뛰었다. 밤 10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면 그제야 노트북을 열고 이력서를 고치고 자소서를 썼다. 그렇게 3개월을 버텼다.


드디어,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이곳저곳 서류에 합격하면서 면접을 보러 다닌 끝에, 한 곳에 최종 합격했다.


'드디어!'


기존에 하던 호텔 알바를 정리하고 서빙 알바만 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다. 정장을 차려입고 지하철을 타던 그날 아침, 나는 정말 행복했다. 이제 '알바생'이 아니라 '직장인'이 된 거니까.


하지만, 그건 새로운 기쁨의 시작이 아닌 지옥의 시작이었다.


의욕에서 불안으로


처음만 해도 내가 속한 팀은 나와 팀장으로 구성된 신생 팀으로, 대표가 적극적으로 예산과 신경을 써줬고 우리는 의욕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뜯어고쳤다.


'이 회사에서 잘해보자. 인정받아보자.'


하지만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이 회사는 자주 월급이 밀리는 회사였다.


입사 전 면접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화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고, 믿기로 했다.


다닌 지 몇 달 되지 않아 현실을 마주했다. 4대 보험이 제대로 납부되지 않았고, 월급이 밀렸으며, 팀 예산마저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졸라매도 부족한 허리띠


통장에 들어와야 할 월급이 안 들어오는 날이 이틀, 사흘 지나면서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이었고, 이미 끊었던 호텔 알바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같이 하고 있던 서빙 알바로 최소한의 생활비만 들어가고 있었지만,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졸라매지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언제쯤 밀린 월급을 받게 될지 불안했던 나는 알바도 여러 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생활이 힘들어진 나는 퇴근 후에 당근과 여러 알바 플랫폼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일단 버티자. 조금만 더 버티면 밀린 월급도 들어오겠지.'


그렇게 알바 면접을 보러 다녔고, 결국 쓰리잡을 시작하게 됐다.


주 6일, 세 시간 수면


1주일 중 5일은 8시부터 5시까지 일상적인 회사 생활을 했고, 3일은 저녁에 식당에서 서빙을, 2일은 이자카야에서 서빙과 청소를 했다.


주 6일, 세 시간 수면.


나의 쓰리잡 생활이 시작됐다.


사실 이렇게만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알바 현장도 다이나믹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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