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잡을 시작하고 처음 몇 주는, 솔직히 버틸 만했다.
물론 빡셌다. 회사 일 끝나고 바로 식당으로 뛰어가고, 이자카야에서 새벽까지 서빙하고 청소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 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몸은 늘 피곤했다.
하지만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이는 게 보였다. 밀린 월급을 대신해서 들어오는 알바비가 생활비와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메워줬다.
'조금만 더 버티자. 회사 월급만 제대로 들어오면 이 생활도 끝나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런데 문제는, 알바 현장은 내 의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식당 알바는 주 3일로 시작했지만, 한 달쯤 지나자 손님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주는 이틀만 나와도 될 것 같아."
이자카야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1개월을 일했는데, 어느 날 점장이 따로 나를 불렀다.
"손님이 많이 줄어서... 다음 달만 쉬었으면 좋겠어."
다음 달만 쉬라고?
회사 월급은 여전히 밀리고 있었고, 이제 알바마저 끊기는 상황. 이중, 아니 삼중 타격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알바생에게는 손님이 많아도 지옥, 적어도 지옥이라는 걸.
손님이 많을 때는, 주문이 쏟아지고, 홀은 아수라장이 된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새벽 1시, 2시가 넘어서야 청소를 마치고 집에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 가야 하는데, 눈을 붙일 시간은 고작 세 시간. 몸은 부서지고, 정신은 아득하다.
손님이 적을 때는, 일은 편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든다. 주 3일이 2일이 되고, 1일이 되고, 급기야 '한 달 쉬라'는 통보를 받는다. 수입은 뚝 떨어지고, 통장 잔고는 다시 바닥을 긁는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답이 없었다.
당장 이자카야 자리가 사라졌으니, 새로운 알바를 구해야 했다.
처음엔 급구라는 어플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쓰는 어플이라 일자리는 많았다. 당장 내일부터 나올 수 있는 곳도 많았고, 급한 대로 며칠씩 일하기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급구의 한계는 명확했다. 장기적인 자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
단기로 이곳저곳 떠돌면서 일하기에는 수입이 너무 불안정했다. 나는 최소 몇 개월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결국 당근 어플을 열었다.
당근에서 알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 근처, 그리고 회사 근처를 중심으로 찾았다. 이동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으니까.
하지만 원하는 시간대에 맞는 자리가 없었다. 저녁 6시 이후, 주 2-3일, 장기 가능한 조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검색 범위를 조금씩 넓혔다. 2km, 3km, 5km...
그러다가 결국 강남역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이 정도 거리면... 괜찮겠지?'
그렇게 구한 곳이 강남역 인근에 있는 펍이었다.
장기 근무 가능, 주 2-3일, 저녁 시간대. 내가 찾던 조건에 딱 맞았다.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했다.
드디어 안정적인 알바 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강남역까지의 이동 시간.
회사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시간, 펍에서 일하고 집까지 돌아오는 시간. 이동 시간이 늘어난 만큼, 잘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었다.
그래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생활비와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메워야 했으니까.
손님이 많으면 몸이 부서지고, 적으면 수입이 끊긴다.
가까운 곳을 찾으면 조건이 안 맞고, 조건에 맞는 곳을 찾으면 멀어진다.
단기로 일하면 수입이 불안정하고, 장기로 일하려면 범위를 넓혀야 한다.
알바생의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었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답은 똑같았다.
지옥.
그래도 나는 계속 버텨야 했다.
어차피 지옥이라면, 고정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느니 차라리 세 시간밖에 못 자는 생활이 나아 보였다. 최소한 이 지옥에서는 내가 움직이는 만큼 돈이 들어왔으니까.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