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린다.
정확히는 첫 번째 알람이 울린다. 두 번째는 6시 5분, 세 번째는 6시 10분. 5분마다 세 번의 알람이 울려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눈을 뜨는 순간,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다. 어젯밤 새벽 2시 반에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3시간. 요즘은 이게 평균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한참이 걸린다.
'조금만 더...'
그런 생각이 매일 아침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회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샤워하고, 대충 옷 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침은 주로 떡을 먹는다. 집 앞 떡집에서 파는 가래떡이나 인절미. 간단하지만 배는 채워진다. 가끔 깜빡 잠들어서 시간이 없을 때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때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사가 집에서 멀지 않다는 것이었다. 출근의 고단함이 덜한 건 유일한 위안이었다.
회사에 도착하면 일단 커피부터 한 잔 뽑는다.
본업은 무난하게 흘러간다. 물론 피곤하긴 하지만, 어차피 회사 일은 익숙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하루 3시간 수면으로 점심시간에 잠을 잘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그럴 수 없었다. 몸이 너무 힘들다 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점심은 든든하게 먹었다. 대신 하루에 커피를 4잔씩 마셨다.
다행히 회사는 월급은 밀렸지만,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커피머신은 있었다. 커피값이라도 아낄 수 있는 게 감사했다.
동료들이 가끔 물어본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네, 괜찮아요. 그냥 좀 못 잤어요."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5시 정각, 퇴근 타임.
다른 직장인들은 저녁 약속을 잡거나, 집에 가서 쉬거나, 헬스장에 가거나 한다. 나는? 알바하러 간다.
강남역으로 향한다. 약 40분이 걸린다.
가끔은 집 근처 식당에서 알바를 할 때도 있었다. 그땐 이동 시간이 짧고, 식당에서 밥도 주고, 자정이면 끝나서 그나마 조금 일찍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손님이 줄면서 오래 못 갔다.
결국 강남역 펍이 나의 메인 알바가 됐다.
강남역에 도착하면 분식집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떡볶이 한 접시, 아니면 컵라면. 7시까지 펍에 도착해야 하니까 서둘러야 한다.
밥을 아예 안 먹어서 고정비를 줄이면 좋겠지만, 오히려 일할 체력이 없어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는 간단하게라도 먹는 게 쓰리잡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강남역 펍에 도착하면 곧바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시작한다.
테이블 세팅, 재료 확인, 홀 청소. 손님이 오기 전까지 정신없이 움직인다.
펍 문이 열린다.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정신을 차릴 틈이 없다. 주문 받고, 음식 나르고, 테이블 정리하고, 다시 주문 받고. 무한 반복.
금요일 밤이나 주말은 특히 정신이 없다.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몸은 부서진다. 발은 아프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목소리는 쉰다.
그래도 손님이 많은 게 낫다.
적어도 일감이 있고, 수입이 보장되니까.
손님이 다 나가면, 진짜 일이 시작된다.
테이블 닦고, 바닥 쓸고, 설거지하고, 쓰레기 버리고.
피곤해서 멍하니 서 있다가 점장한테 한 소리 들을 때도 있었다.
손님이 많은 날은 더 늦어지기도 한다.
정신을 차리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
마감을 마치고 강남역으로 나오면 새벽 1시 30분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총 2번의 환승.
이 시간대 버스는 한산하다. 간혹 나처럼 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 술 취한 사람들, 그리고 이유 모를 피로에 쩔어 있는 사람들.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 30분.
씻고 눕는다.
집에 도착한 게 새벽 2시 30분. 씻고 누으면 새벽 3시.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3시간.
하지만 실제로 잠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몸은 피곤한데 머릿속은 아직 정리가 안 됐다.
오늘 실수한 일, 내일 해야 할 일, 밀린 월급은 언제 들어올지.
결국 잠드는 건 새벽 3시 반쯤.
그러면 정확히 2시간 반.
가끔 식당 알바를 할 때는 좀 일찍 끝나서 3시간 반 정도는 잘 수 있었지만, 결국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전 6시부터 새벽 2시 30분까지.
회사 일, 알바, 이동, 청소, 마감, 또 이동.
그 사이에 간신히 끼워 넣는 밥 한 끼와, 커피 네 잔.
쉴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었다.
주말? 토요일은 알바, 일요일은 쓰러져서 잔다. 그게 전부였다.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밀린 회사 월급을 기다리면서, 당장의 생활비와 고정 지출을 메우려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를 쪼개고 또 쪼개서, 2시간 반에서 3시간을 자며 버텼다.
과연 이게 지속 가능한 삶이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