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보고
정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카카오톡의 대규모 개편에 대해 옹호적인 발언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2025년부터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재직 중인 홍민택이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내부에서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토스를 거친 '서비스 최적화' 전문가로 소개되는 홍민택 CPO는 지난해 2월 토스뱅크 대표직에서 사임한 후 카카오에 합류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블라인드를 통해 폭로된 내부 상황이다. 카카오 내부 개발자들과 실무자들이 모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홍민택 CPO가 이번 업데이트를 강행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가 토스뱅크 대표로 재직했던 시기의 토스 앱 역시 데이터를 많이 소모하는 동영상 광고로 인한 사용자 불만과 복잡한 UX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의 참담한 결과와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고객에게 '이거 말고 다른 건 없을까?'라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순간, 브랜드의 몰락은 시작된다. 홍민택 CPO는 바로 그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네이트온은 대한민국 메신저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전 국민이 사용했고, 직장에서도 필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전환기에 치명적인 실수들을 저질렀고, 급부상한 카카오톡에게 시장을 내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첫째, SK텔레콤의 문자 수익 보호 정책으로 인한 모바일 버전 출시 지연이 결정적이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몇 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모바일 버전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SK텔레콤의 문자 수익 감소 우려 때문이었다. 자사의 단기 수익을 위해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희생시킨 것이다.
둘째,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동반 몰락이라는 치명적 신뢰 손상을 겪었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가져왔고, 사용자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SK텔레콤의 문자메시지 서비스 및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여부에 대해 간만 보다가 주요 사업인 네이트와 싸이월드, 네이트온 셋다 말아먹고 처참하게 몰락했다. 변하는 모바일 시장 환경 대응에 완전히 실패해 SK그룹 계열사나 협력업체 등에서만 사용하는 사내 메신저로 전락했다.
당시 네이트온도 "우리가 1등 메신저다"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이것보다 나은 게 있을까?"에서 "이거 말고 다른 건 없을까?"로 생각을 바꾸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 고객에게 대안을 고민할 시간을 준 브랜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나이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나이키의 실적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회계연도 4분기 글로벌 매출은 12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2025년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2021년 35.40%에서 지난해 34.97%로 35%대가 무너졌다.
나이키코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매출은 전년대비 0.3%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43% 급감했다. 유한회사 외부 감사 의무화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마이너스 성장이자, 업계에서는 근 10년 이상 만에 첫 뒷걸음질로 보고 있다.
나이키 몰락의 결정적 원인은 바로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의 실패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나이키는 주요 도·소매업체들과의 계약을 중단하고 직판장을 늘리는 D2C 전략을 추진했다. 심지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의 계약까지 중단하며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전체 매출에서 협력사 비중은 기존 85% 이상에서 2022년 58%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역으로 경쟁업체인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에게 도·소매점 추가 진출 기회를 줬고 온러닝, 호카 등 신생 브랜드들의 론칭까지 도와주는 꼴이 됐다. 주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찾기 어려워진 나이키 제품은 소비자들과 점차 멀어졌다. 물류 및 운영 비용이 증가했고,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전체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닝화 시장에서 한 기업이 눈에 띄게 사라졌는데 바로 나이키"라며 "오랫동안 고객들의 관심을 독점했던 나이키는 소매점에서 찾기 어려워졌고, 고객층이 매우 제한된 한정판 운동화 등으로 사업중심이 옮겨가는 사이 경쟁자들이 몰려들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나이키가 뒤늦게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D2C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도매업체들과 관계를 복원하며 물건을 대대적으로 넣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 트렌드를 빨리 읽고 신속하게 제품을 출시하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D2C 모델의 본래 목적이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다른 브랜드를 시도해볼 시간을 준 결과, 이미 늦었다.
카카오톡의 현재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1점 리뷰'가 속출하고 있고, "인스타 표절" 댓글창이 닫히고 카카오 유튜브 댓글창도 닫혔다. 이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근본적 불신의 표현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카카오톡이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과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은 가족, 친구, 직장 상사까지 포함하는 독특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에, 사용자들은 쉽게 이탈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는 이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나스미디어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의 인스타 DM 이용률은 69.2%에 달하고, 20대의 인스타 DM 이용률도 47.9%에 이른다. 10대 후반의 카카오톡 이용률은 73.6%에 불과하며, 10대와 20대는 인스타그램 DM을 사적인 영역에서, 카카오톡은 다소 공적인 영역에서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0대 청소년이 가장 많이 쓰는 SNS 1위가 인스타그램(81.6%)이며, 1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페이스북 메신저를 훨씬 많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카카오톡은 이미 '필수' 메신저가 아닌 '선택' 메신저 중 하나로 전락했다.
브랜드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고객들이 "이거 말고 다른 건 없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브랜드 자신이다.
카카오톡이 지금처럼 사용자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개편을 강행한다면, 네이트온과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홍민택 CPO의 강압적 업데이트 추진은 고객들에게 "카카오톡 말고 다른 메신저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브랜드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신호다.
정선아 대표와 카카오 경영진, 그리고 무엇보다 홍민택 CPO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한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특히 홍민택 CPO는 토스에서의 UX 실패를 카카오톡에서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내부 개발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한 이번 업데이트가 가져온 결과를 직시해야 할 때다.
네이트온의 몰락과 나이키의 위기는 단순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만과 독선으로 소비자를 무시했던 모든 브랜드들이 걸었던 길의 교훈이다. 홍민택 CPO가 추진한 이번 업데이트 방식은 바로 그런 오만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는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 마음을 잃는 순간, 어떤 브랜드든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실이다.
고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마라. 그 시간은 브랜드의 종말을 앞당기는 카운트다운일 뿐이다. 홍민택 CPO는 이 진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