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맨시티는 웨스트햄과 1대 1로 비겼다.
숫자만 보면 평범한 무승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디테일은 꽤 잔인하다. 맨시티는 이 경기에서 코너킥을 15번 얻었다. 그리고 코너킥에서 넣은 골은 0개다. 웨스트햄은 코너킥 1번, 득점 1골.
그걸로 비겼다.
이 결과로 아스날은 맨시티와의 승점 차를 9점으로 벌렸다. 1경기를 더 치른 아스날이다. 사실상 이번 시즌 리그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 됐다는 얘기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내내 욕을 먹었다.
점유율 축구도 아니고, 화끈한 역습 축구도 아니다. 단단하게 블록을 쌓고, 상대 실수를 기다리고, 세트피스로 찔러 넣는다. 이 팀의 득점 중 41%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아름답지 않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근데 41%라는 숫자는 전략이지 우연이 아니다.
"축구가 재미없다", "안티 축구다", "보기 싫어서 안 본다"는 말들이 쏟아지는 동안, 아스날은 묵묵히 승점을 쌓았다. 그리고 지금, 리그 선두에 앉아 있다.
축구가 원래 이렇다. 아름다운 팀이 우승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팀이 우승한다.
시간을 좀 돌려보자.
2000년대 중후반,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세상을 뒤집었다. 짧은 패스, 높은 점유율, 압도적인 빌드업. 이른바 티키타카다. 메시를 필두로 한 MVP 라인과, 샤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를 필두로 한 세 얼간이의 조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상대를 질식시켰다. 펩이 뮌헨으로 이동한 뒤에도 기조는 같았다. 패스 축구는 곧 현대 축구의 기준이 됐고, 전 세계 감독들이 티키타카를 따라 했다.
그 바람이 정점에 달했을 때,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등장했다.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웅크리고, 끊고, 찌른다. 4-4-2 블록을 단단하게 내리고 상대의 패스 풀을 좁힌 뒤, 볼을 끊는 순간 사울 니게스와 코케가 전방으로 빠르게 배급하고 그리즈만이 그 공격을 마무리했다. 수비에서 공격 전환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구조였다. 아름다운 축구에 대한 철학적 반격이었다. 결과는? 라리가 우승, UCL 결승 두 번. 티키타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앞에서 여러 번 무릎을 꿇었다.
거의 같은 시기, 반대편에서는 클롭이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을 이끌며 전혀 다른 방식의 도전장을 던졌다. 게겐프레싱, 헤비메탈 축구. 아틀레티코가 내려서 기다렸다면, 클롭은 올라가서 죽였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압박에 참여하면서 상대가 제대로 된 패스 한 번 못 하게 짓눌렀다.
아놀드의 롱볼을 적극 활용하고, 세밀함은 부족했지만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도했던 헨밀둠 조합으로 리그와 챔스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수비부터 내려앉는 팀과 전방부터 쥐어짜는 팀 — 방향은 정반대였지만, 둘 다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볼을 점유하는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볼을 빼앗는 구조를 만든 팀이 이긴다.
티키타카가 흔들리자, 이번엔 그 흔들림에 대응하는 새로운 축구가 등장했다.
압박을 무력화하는 방법은 둘이다. 빠르게 넘기거나, 압박 구조 자체를 부수거나.
펩은 두 번째를 택했다. 당시 대부분의 팀이 4-3-3을 기반으로 했고, 그 중심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다. 포백 보호, 빌드업의 시발점, 상대 압박 탈출까지 — 혼자서 너무 많은 걸 떠안은 포지션이었다. 맨시티의 해법은 간단했다. 그 부담을 나눠 갖게 하면 된다. 변형 3-2-4-1 구조에서 인버티드 풀백이 수비형 미드필더 옆으로 내려앉으며 압박 탈출의 출구를 두 개로 늘렸다.
상대 입장에서는 전방 압박을 걸어도 뚫리지 않고, 체력만 빠지고, 역으로 카운터를 맞을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 골키퍼까지 빌드업에 참여하고, 윙포워드와 미드필더들이 쉬지 않고 하프스페이스를 침투하며 수비 라인 사이를 파고들었다. 압박으로 티키타카를 잡았더니, 펩은 압박 자체를 무력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버렸다.
이 축구는 아름다웠고, 또 이겼다. 트레블이 그 증거였다.
근데 지금 어떻게 됐냐.
맨시티는 웨스트햄을 상대로 코너킥 15번을 얻고 득점 0골로 마쳤다. 그 복잡한 빌드업 구조, 하프스페이스 침투, 포지셔닝 축구로도 코너킥 하나 살리지 못했다. 결과는 1-1.
반면 아스날의 41%는 무엇을 말하는가. 세트피스는 가장 통제 가능한 득점 루트다. 연습으로 만들 수 있고, 키 크고 헤더 좋은 선수가 있으면 확률이 올라간다. 변수가 적다. 그 대표적인 수혜자가 가브리엘 마갈량이스다. 그는 아스날에서 보낸 5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20골을 터뜨렸다. 2020년대 이후 데뷔한 수비수 중 리그 최다 득점 수치다. 센터백이 득점 랭킹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아스날의 세트피스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무기인지를 말해준다.
시메오네가 티키타카를 상대로 했던 일을, 지금의 아스날이 좀 더 세련되게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수비를 단단히 하고, 세트피스로 이기는 축구. 전술의 트렌드는 이렇게 다시 한 바퀴 돌았다.
"안티 축구"는 항상 욕을 먹는다. 아틀레티코가 UCL 결승에 올라갔을 때도, 헨밀둠이 볼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죽어라 뛰었을 때도, 지금의 아스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욕 먹는 팀들이 결국 우승컵을 들었다.
축구 전술에 영원한 정답은 없다. 그리고 지금, 코너킥 하나를 살리는 팀이 리그 선두에 있다.
코너킥 15번을 날린 팀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