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하지 않은 경기력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북런던의 두 팀은 지금 리그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같은 라운드, 같은 리그, 전혀 다른 결말이 나왔다.
아스날은 브라이튼을 상대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라야가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마갈량이스가 가까스로 클리어링하며 위기를 넘겼고, 사카가 한 골을 넣으며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경기력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승리였다. 그래도 이겼다.
같은 시간, 토트넘은 크리스탈팰리스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다. 좋은 출발이었다. 그런데 경기의 흐름을 바꾼 건 팀의 주장이자 수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로 꼽히던 반더벤이었다. 그가 퇴장당했고, 이후 내리 3골을 실점하며 1:3으로 패했다. 믿을맨이 경기를 터뜨렸다.
되는 집 구석은 약점이 터져도 버티고, 안 되는 집 구석은 강점이 무너진다.
사실 아스날의 이번 시즌을 돌아보면 행운이라는 단어를 빼놓기 어렵다. 여느 시즌과 마찬가지로 극강의 전반기를 보낸 이후, 후반기 들어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심심찮게 승점을 드랍하고 있다. 선제골을 넣고도 오히려 정신을 못 차리고 일격을 당해 패했던 맨유전, 리그 꼴찌 팀이라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울버햄튼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는 등 승리를 거둬야 할 경기에서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 장면들이 떠오를 때마다 타팀 팬들의 조롱이 귓가에 맴돌았다. "어차피 아스날은 자멸한다." 구너들조차 믿지 못하는 후반기스날의 악몽. same old story가 또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그 선두를 비교적 여유롭게 유지하고 있는 데는 경쟁자들의 동반 부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맨시티는 홀란드의 득점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부상까지 시달렸다. 전반기 엄청난 폼으로 리그를 달구던 도쿠는 부상 복귀 이후 전반기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팀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로드리 역시 아직까지 전성기 시절의 폼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스날이 흔들릴 만하면 맨시티도 함께 무너지는 형국이다. 한때 3점 차까지 따라붙으며 우승 경쟁을 가열시켰던 아스톤 빌라는 얇은 선수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패 행진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챔피언스리그 수성조차 불투명해졌다. 아스날 입장에서는 스스로 잘해서라기보다, 주변이 먼저 무너져주는 시즌이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아스날이 가장 힘겨웠던 상대는 첼시였다. 두 경기 모두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 그런데 두 경기 모두 첼시 선수가 퇴장을 당했다. 첫 번째 대결에서는 카이세도가, 두 번째 대결에서는 네투가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고, 결과는 1승 1무 승점 4점. 특히 두 번째 경기는 상대가 10명이 된 상황에서도 아스날의 경기력은 심각했다. 가르나초에게 골을 내줬고 동점이 된 줄 알았다. 다행히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됐지만, 10명인 첼시에게 그 장면까지 허용했다는 건 경기력 면에서 변명이 어렵다. 그럼에도 무승부로 1점을 챙겼다.
되는 집 구석은 이렇다. 경기가 안 풀려도, 실수가 나와도, 상대가 10명인데도 흔들려도 — 결과는 따라온다.
반면 토트넘은 정반대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메디슨, 클루셉스키, 솔란케 등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골로 마무리해줄 핵심 자원들이 줄줄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다. 텅 빈 공격 라인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나마 부족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동시에 메우며 수트라이커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로메로와 반더벤은, 심심찮게 퇴장당하며 오히려 승점 드랍에 기여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팀을 지탱해야 할 선수들이 팀을 흔들고 있다.
29경기 승점 29점. 경기당 딱 1점, 그것도 2026년에는 단 한 번의 승리조차 없이 4무로 긁어모은 4점이 전부다. 전 시즌 같은 시점 34점도 강등권에 근접했다며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보다 5점이 더 떨어진 수치다. 저번 시즌 농담처럼 나오던 "토트넘 강등 당하는 거 아니야?"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제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다가오고 있다. 16위, 강등권과 단 1점 차.
되는 집 구석과 안 되는 집 구석의 차이는 실력만이 아니다. 물론 아스날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비 라인이 돌아가며 이탈했고, 주장 외데고르를 비롯해 마두에케, 사카, 요케레스, 하베르츠, 제주스까지 공격 자원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거나 일정한 폼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아스날 역시 온전한 전력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건 아니다.
흔히 보는 짤이 있다. 건물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금이 간 상황에서도 입구에 버젓이 붙어 있는 현수막 — "우리 정상 영업 합니다." 지금 아스날이 딱 그 꼴이다. 누수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지만, 어찌어찌 리그 1위는 수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토트넘과 다른 점이다.
같은 실수도, 같은 위기도, 같은 부상도 — 어느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게 지금 아스날과 토트넘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