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뒀던 청구서가 날아온 결승전

by 무토피아

사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킥오프 전 라인업이 공개됐을 때, 솔직히 불안했다. 외데고르도 없고 에제도 없는 상황에서 하베르츠와 요케레스가 공존하는 스쿼드, 그리고 끝내 결승전까지 복귀하지 못한 팀버를 보면서 오늘이 쉽지 않겠다 싶었다.

결과는 0-2. 니코 오라일리의 후반 5분 사이 두 골.


하지만 이걸 단순한 전력 공백으로만 정리하면, 우리는 또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이 패배는 오늘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올 시즌 아스날을 보면서 가장 자주 든 감정은 "불안"이었다.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고, 비기면 더 불안했다.

그 불안의 중심에는 공격 전개가 있었다.


아스날의 2선에서 유일하게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미는 외데고르다.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명확했다. 좁은 공간에서 볼을 받아 전환하고, 전진 패스를 찔러 넣고, 상대 수비 블록을 흔드는 역할. 외데고르가 이걸 해줄 때 아스날은 달랐다.


에제는 조금 다른 문제다. 가끔씩 터지는 원더골을 제외하면 무색무취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오픈 플레이에서 득점이 나온다는 건 솔직히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기대감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코너킥을 비롯한 세트피스 상황에 기대를 거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런 경기 양상이 반복되면서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늘 결승전이 딱 그랬다.

외데고르도 없는 상황에서 하베르츠와 요케레스를 동시에 세웠다. 두 선수 모두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이 조합은 공미가 빠진 자리를 메우지 못한다. 하베르츠는 9번보다 9.5번에 가까운 선수고, 요케레스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둘 다 볼을 받아서 전개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아스날의 공격 루트는 사카와 마르티넬리의 측면 돌파와 세트피스로 압축됐고, 맨시티는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FA컵 이후,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결승에 없었다


2020년 FA컵 우승 이후,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국내외 토너먼트에서 결승 문턱을 밟지 못했다. 리그에서는 매년 준우승 혹은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정작 트로피는 없었다. 오늘이 그 공백을 깰 기회였다.


근데 돌이켜보면, 그 기간 동안 팀의 구조적 문제는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2선 자원들의 반복 부상, 대체자가 없는 특정 포지션의 취약함, 중요한 경기에서 드러나는 전술적 경직성. 리그에서는 상대적으로 긴 시즌 동안 이 문제들이 희석됐지만, 단판 결승전에서는 숨을 곳이 없다.


오늘 웸블리가 바로 그 장소였다.


그래서 남은 시즌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PL에서 맨시티를 9점 차로 앞서고 있고, 챔피언스리그도 남아 있다. 트로피가 없는 시즌이 될 수도 있지만, 리그 우승 하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이 된다.


다만 오늘 패배가 남긴 질문은 계속 따라올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아르테타는 어떻게든 버텨왔다. 외데고르라는 이가 없을 때, 에제라는 잇몸으로 틀어막았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나마 공격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잇몸마저 남은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플랜C로 에버튼전에서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리를 이끌었던 16세의 영웅 다우먼을 꺼내들 수도 있고, 오늘처럼 하베르츠와 요케레스를 동시에 가동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맨시티와의 결승전에서 그 조합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우리는 이미 봤다. 그게 맞는 길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거기에 오른쪽에서 사카의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점까지 더하면, 남은 시즌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지우기가 어렵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1차 청구서가 왔고, 패배로 지불했다. 이제 남은 시즌의 청구서가 어떤 모습으로 날아올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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