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느낀 감정들 '환희'

by onni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국을 끓이려고 물을 올렸다.

육수를 붓고 콩나물을 씻으며 아침준비를 하는데, 몸에서 어떤 신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자꾸만 몸이 주저앉았다. 신호의 강도는 점점 더 세졌고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어, 어떡하지…?


이른 아침이라 남편은 출근해서 집에 없었고, 혼자서 그것을 감당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산부인과 간호사선생님께 나의 상황을 설명하자, 선생님께서는 침착하게 내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셨다. 양수가 터진 것일지도 모르니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는 게 좋겠다고.


‘산모님, 지금 바로 병원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네, 30분 안에 갈게요.’


우선 빨리 오라는 말에 나는 간단한 소지품만 챙겨서 집을 나섰다.


병원에 들어서자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선생님들이 다가와서 이런저런 확인을 하시더니, 일순간 갑자기 7-8명의 의료진이 나에게 와다다다 달라붙기 시작했고, 상황은 매우 분주해졌다.


‘아기 발이 만져져요. 산모님, 진통 느껴지세요?’

‘교수님 호출 됐나요?’

‘산모님, 놀라셨죠. 괜찮아요. 너무 걱정 마시고’

‘산모님, 지금 바로 분만 들어가야 되거든요. 보호자분 어디 계세요? 보호자분께 연락드리실 수 있겠어요?’


‘어…? 어…?’


분만. 생각지 못한 어느 화창한 봄날에 나는 출산을 앞두고 분주한 분만실 앞에 누워있었다.


무언가 일사천리로 상황이 돌아가고, 나는 다급하게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고, 남편의 답장도 읽지 못한 채 무언가를 주렁주렁 매달고 침대에 누워 분만실로 이동했다. 분만실로 이동하는 길은 너무나 떨리고 두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괜찮을 거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아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따뜻한 손과 따뜻한 말들이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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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응애 응애’


‘10시 12분입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지고, 아기의 탄생 시간을 알리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기쁨과 안도감이 마음에 가득 찼다. 그리고 내 품에 옮겨져 아기의 살결이 나의 볼에 닿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던 그 순간,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 ‘환희’의 감격을 느끼게 되었다.


‘아......! 너무 예쁘다….!’


핏덩이 같은 갓난아기를 보자마자 너무나 아름답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존재가 있을 수 있다니, 태어나서 이렇게 예쁜 존재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생명을 품에 안으니, 이 세상 우주 만물을 다 얻은 것 같은 어마어마한 감격과 감동,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는 말이 너무 너무나 행복하고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봐도 봐도 예쁘고 신기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나의 아가.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의 감정은 바로 환희였다.

출산은 내가 살면서 경험해 본 가장 최고의 환희의 순간이었다.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3가지 소원과 바꾸라 해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선물이 내게 온 것이다.


환희!


출산이 준 환희의 감정을 통해 나는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나의 부모님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낳고, 나를 바라보고, 나를 안고 감사하고 행복해하셨겠구나.


부모님이 늘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식은 세상 억만금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말.

그것이 정말이구나.

나는 그 정도로 소중하고 귀한 존재였구나.


이렇게 한 생명은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하구나.

우리 모두는 이렇게나 귀하고 소중한 누군가의 보물이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가장 빛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자,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새삼 더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기쁨이요, 행복이요, 그들의 수고와 눈물과 헌신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세상 귀한 누군가의 자식들이구나.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에게, 내가 이만큼 클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지던 날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돌보는 이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어린 아기는 부모에 의지하여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부모도 자식이 있기에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부모의 가슴 속에는 자식이라는 존재가 소중하게 뿌리내려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들이 헌신하고 수고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해서고,


그들이 눈물 흘리고 또다시 일어나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나를 사랑해서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고, 허투루 살아가지 않는 것이고, 힘들어도 견디는 것이고, 괴로워도 웃는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을 살리고 있는 사람이 나다.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존재가 바로 나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참으로 진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임을

절대로 절대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세상에 태어나줘서 정말로 고맙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

존재해 주어서, 나에게 와주어서 고맙다.

너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기쁘다.

너가 웃으면 세상의 모든 기쁨이 너의 미소 안에 머금고 있는 것 같다.


너가 말했지.

너의 얼굴에는 해님이 가득 들어있다고.

맞아, 너의 환한 얼굴에는 햇살보다 빛나고 따뜻한 빛이 가득 담겨있다.


너의 존재 자체가 빛이고, 행복이고, 사랑이다.

나는 너를 지킬 것이고, 너를 살게 할 것이고, 너로 인해 내 삶을 더 귀하게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다.

고맙다. 태어나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너무너무 고마운 내 아가야.

항상 그렇게 웃으며 행복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오래오래 너와 함께 웃고 너와 함께 행복하고 너와 함께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

고맙고 사랑한다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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