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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소담 IV

태양을 따라도는 해바라기.

by 권에스더

어려서는 해바라기 꽃이 이상했다.

어린 내 얼굴보다 커서 무슨 꽃이 이리 큰가..,.

커도 너무 크다 여겨졌다.

키도 크고 꽃도 크고.....

마치 얼굴이 확대되어 땀구멍까지 보이는 느낌이었다.

단지 애들끼리 씨를 빼서 먹는 재미로 보았고 해바라기 하면 어떤 집 담장에 키가 너무 커서 구부정해 보이던 기억이 전부였다.


어느 날 외국에서 해바라기밭을 보았다.

정말 장관이었다. 잔잔한 꽃들이 그려내는 색의 경치와는 또 달랐다. 꽃의 모양과 색의 향연에 움직임도 더해있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해바라기 기름을 먹어 해바라기밭이 있는 곳이 많다. 그곳에 가면 해바라기꽃이 추는 군무의 장관을 많이 볼 수 있다.


해바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꽃이다.

그러면서 굿굿한 지조를 떠올리게도 하는 단어이다.

어떤 사람을 진심을 다해 좋아할 때 "해바라기 같은 사랑"으로 표현한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애간장이 녹는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아는 가? 식물도 움직인다 것을.

물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도 많다.

일단 식물이 해가 쪼이는 방향으로 굽어 자란다는 것은 모두 안다.

이것을 식물의 굴성운동이라 한다.

굴성운동은 한번 일어나면 회복이 안된다.

한번 굽은 줄기는 펼 수 없다는 것이다.

굽어 자란 소나무가 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해바라기는 말 그대로 해를 바라보며 하루종일 움직인다. 해가 뜬 방향에서 시작해서 해가 지는 방향까지 하루종일 쫓아 돌아간다.

우리는 이것을 전공용어로 경성운동이라 한다.

자극에 따라 움직였지만 자극이 사라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말한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꽃의 온도를 높여 수정을 위해 많은 벌이 오게 하여 씨를 만들려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 난 이런 해바라기를 보고 낭만을 떠올렸었다.

태양을 향해 움직이는 이유를 알고 나니 해바라기의 "지고 지순한 사랑" 이란 의미는 이제 없어졌다.


그렇다고 아직은 "얌체 같은" 이란 생각은 안 한다.

생존을 위한 것이니까...

종의 보존을 위해 선조들이 택한 방법이니까....

우리도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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