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는 것은 순간의 경험입니다.
경험이 깨달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이 의미를 인지적인 측면과 감각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때, 감각적인 자극일 수록 신체반응을 동반하기에 기억에도 강하게 남습니다. 감정은 자극에 대한 감각적 반응에 의해 일어나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갑작스런 소리나 움직임에 몸이 즉각 반응하는 것은 본능이지요.
이 신체적 변화는 곧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부정적 자극은 감정과 함께 단단한 기억이 됩니다.
그런데 깨달음은 부정적 자극이 아닙니다.
깨달음이란, 이미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는 사실을 경험이나 삶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해석하게 될 때 얻어지는 통찰입니다. 지식은 삶과 연결될 때 깨달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은 대부분, 생존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쉽게 잊혀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몇 번이나 '아, 이게 그 말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경험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개 조용히 찾아오고, 깊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서서히 이루어질 때가 많고, 알았다가 잊어버리고, 그러다 다시 깨달아가기를 반복하면서요.
그래서 머리의 지식이 경험을 통해 앎이 되는 과정은 느리고 더딥니다.
씨앗이 햇빛을 머금고 비바람을 맞으며 싹을 틔우다 열매를 맺는 것 처럼, 그렇게 천천히 자랍니다.
가끔 내 지식이 삶과 연결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아는 것 만큼 지혜롭게 살지 못해 실망스러울 때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답답함과 실망스러움은 나의 생각일 뿐, 자연의 법칙안에서 옳은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마음속에 심은 앎 하나가, 언제가 삶을 바꿀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