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관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별뜻 없는 말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부정적일수록 쉽게 상대를 탓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감정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될 때 그 감정의 원인이 정말 타인에게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타인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결국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내면의 일부를 타인을 통해 보며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치료에서는 누군가의 행동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상대의 행동이 내 안의 억눌린 감정·욕구·상처를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성공이 못마땅한 건 내가 그만큼 성공 욕구를 억누르고 있어서일 수 있고, 누군가의 자신감이 불쾌한 건 내 안의 낮아진 자존감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관계를 보면 사람도 상황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관계의 의미가 달라지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과 사람이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나 역시 이런 관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계기가 있었다.
내가 직장을 다니던 시절 평소에 자기표현이 적극적이었던 A가 있었다. A는 어떤 회의에서도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고, 그런 A의 의견으로 인해 회의가 길어지거나 없던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사원들 사이에서 A는 일을 만드는 사람으로 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을 드러내기 보다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나의 방식에 A는 너무 공격적으로 보여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맡은 일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있는 일이라 적잖이 당황한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때 A가 다가왔다. “왜? 무슨 일인데?” 평소 A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그의 말이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A는 나를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뭔가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내 문제를 A에게 털어놓았고, A는 늘 그랬듯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렇다고 내 문제가 A가 제시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 A를 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졌다. '자꾸 나서던 사람'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미웠던 A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그가 변해서가 아니다. 그를 보는 내 마음의 시선이 바뀌어서다.
사실 처음 내가 A를 공격적으로 보게 된 이유 역시 평소 내 의견을 명확히 말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불만이 A에게 투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타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 감정 속에 담긴 내 마음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가 못마땅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를 탓하기에 앞서 내 안의 어떤 감정이 왜 흔들리고 있는지 나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순간 관계를 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지고, 사람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내면의 거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