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셀프소생러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책을 읽어도 그 책과 영화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왜 그럴까?

이 차이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때로는 관계에서 겪는 오해와 갈등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본 장면과 내용을 해석할 때 서로 다른 해석의 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해석의 틀이란 살아오면서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신념, 가치관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이 틀을 통해서 보고, 해석하고 평가한다. 현실이라는 도화지 위에 내 생각과 해석이라는 색을 입혀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해한다. 그래서 같은 상황도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 해석의 차이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나와 네가 이해하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보이는 사실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평가와 해석은 잠시 내려놓는다는 의미이다. 즉,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나의 생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사실과 생각을 구분할 수 있어야 각자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앞에 물건을 들고 가는 사람이 몸에 달라붙는 짧은 상의를 입었는데, 바지 허리선이 옆구리 살에 덮여 있다고 해보자.


평소 몸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저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옷을 입는 건 개성이고, 패션과 몸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괜찮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사실은 그 사람이 짧은 상의를 입었고, 바지의 허리선이 옆구리 살에 덮였다는 것이다. 그 외의 평가는 그걸 본 사람이 가진 해석의 틀에서 나온 반응일 뿐이다. 결국 두 사람의 차이는 사실이 아니라 해석에서 비롯된다.


결국, 있는 그대로 사람과 사물을 본다는 것은 내 안에 형성된 사고의 틀에 대한 멈춤이자 현실에 대한 수용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고의 멈춤을 '비판단적 인식' 혹은 '탈 중심화'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내 생각과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이다.


이러한 수용과 내려놓음을 통해 우리는 '내가 아닌 너'를 볼 수 있고,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일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나의 감정'인지를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연습을 통해 우리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물론 내 관점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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