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상처가 힘든 이유

by 셀프소생러


노자는 말했습니다.

"아름다움은 추함이 있기에 존재하고, 선은 악이 있기에 존재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좋은 면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으며, 부와 빈, 나음과 못함, 더하고 덜함을 떠나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나 행복한 시절이 있는 것처럼 상처받고 아픈 시절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행복을 자랑하고 상처를 숨기게 되었을까요?

저를 보면 씩씩하고 밝아 기죽지 않는 아이인 것 같은 저에게 "너는 어디에다 내놔도 걱정이 없다." 하신 아버지 말씀 한 마디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늘 인정받고 싶었던 어린 저는 그 말씀대로 어디에도 내놔도 걱정 없을 아이가 되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남에게 보이지 않는 마음 안에서 스스로를 다그치고 나무라면서요.

그렇게 상처나 아픔 '따위'는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감추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말했습니다.

"무의식에 밀어 넣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나중에 우리의 운명으로 나타난다."

결국 제가 직면하지 않은 감정, 상처는 무의식에 남아 관계의 어려움으로, 무기력 같은 우울감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견딜만했지요.

그러다가 제가 대화가 안 통하는,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양육이라는 환경을 통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제 삶을 흔들었던 깊은 우울증으로요.


수년간 제 마음을 돌보고 나서야 그건 그저 슬픈 일일뿐이고, 힘든 일일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드러내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오히려 꼭꼭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던 제 의도가 아픔을 상처로 만들어 깊어지게 했을 뿐이지 누구나 그렇다는 사실을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죽음을 생각했을 만큼 일생일대의 위기였던 우울증이 사실 나에게만 있었던 엄청난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처를 숨기느라 오히려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았던 시간들이, 마음껏 행복하지 못하고 쉽게 상처의 그늘에 자리를 내주었던 그 시간들이요.

차라리 좀 일찍 내 아픔을 드러내보았더라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깨닫는 그 순간이 다시 시작하기 가장 좋은 순간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저의 상처를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여러 번 유산해서 몸도 마음도 정신도 많이 망가졌었고, 남편과 치열하게 싸우느라 아이의 황금 육아기를 엉망으로 보내서 지금 그 아이의 상처를 마주하고 있다고요.

낮은 자존감으로 나를 돌보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말입니다.


세상이 싫어졌던 아픔의 순간도 지금은 별것 아닌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어때. 오히려 지금 제대로 된 내 삶을 살 수 있게 된걸,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진 걸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결과가 좋으니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도 결국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해졌습니다.

그러니 지금 힘들다면 굳이 숨기지 말고 감추지 말고, 그냥 인정하고 드러내보세요.

구구절절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넋두리가 아니라 장애물을 넘어가고 싶지만 안되는 나의 어려움으로요.


이걸 함께 나눌 믿을만한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혼자쓰는 글도 좋지만 나에게 보내는 메일도 활용해보세요.

남에게 오픈해야 하는 부담 없이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생각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과장된 부정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나에게 셀프 코칭을 해주는 것이지요.


아니면, 온라인 공간처럼 나를 잘 모르지만 내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드러내 보아도 좋습니다.

이건 메일과 다르게 상대의 반응을 떠나 내가 나를 누군가에게 열어 보였다는 그 자체만으로 내가 지웠던 무게가 덜어지는 가벼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처가 힘든 이유는 거기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 상처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어서는 아닙니다.

우리는 상처를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나를 위해 상처를 보듬고 거기서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상처에서 멀어지지 마세요.

모든 부정적 감정이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듯이 상처도 나를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상처라는 부정적 인식이 주는 무게에서 벗어나 진솔하게 나를 만나실 수 있으실 거예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위해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