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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필요한 "아플 시간"

by 셀프소생러

새벽 5시가 되면 제 핸드폰 알람이 울립니다.

아침잠도 많고, 의지력도 약해서 한 번에 일어나는 날은 많지 않지만 알람은 늘 그 시간으로 고정해 두고 있습니다.


늦으면 늦은 대로 아침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어제부터 이어오던 아픈 마음이 아침까지 나아지지를 않았거든요.

아이가 학교를 가고 나면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쓰는 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큰 일인데, 오늘은 그럴 힘도 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숙제를 해야 했거든요.


마음과 생각이 서로 충돌하다가 가라앉다가 갈등하면서 11시가 되었고, 이제야 그 숙제를 마쳤습니다.

마치 하나의 산을 넘는 것처럼 힘들고 어렵고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뜨겁게 일어나는 분노를 남편에게 쏘아대고 싶은 에고의 충동에 손과 마음이 들썩였는가 하면 또 하염없이 가라앉는 마음에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을 안고 한자리에 우두커니 있어보기도 했고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런데 참 잘한 것 같아요.

산을 넘듯 그 아픔을 넘어가야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3시간을 들여 그 아픔을 넘어갈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오늘 해야 할 일을 못했지만 마음은 참 뿌듯합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내 마음 어느 구석에는 이렇게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래, 나를 위해 아파야 하는 시간이었구나. 나한테 아플 시간이 필요했구나.'라는 말로 단단해진 내 마음을 또 다독여봅니다.


성장하고 싶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기꺼이 아플 시간이 필요하거늘 그 중요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살만한 날이 이어질 때요. 행복한 날이 이어질 때 말이에요.

숙제를 잘 마치고 나니 또 이만큼 더 행복해지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지금 저처럼 아픈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나를 위해 아플 시간을 허락해 보시기 바라요.

큰 고비 같은 그 시간을 지내고 나면 내가 아픈 이유는 물론이고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도 함께 받으실 테니까요.

그렇게 또 우리는, 성장해가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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