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자기의 모습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내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삶의 경험과 만나 변하기도 하고, 고착되기도 합니다.
다소 충격적이거나 꽤나 힘든 일이 아니면 잘 변하지 않을 만큼 이미 강력하게 자리 잡은 것도 있고,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 나에 대한 나의 평가에 의해 규정지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저에 대해 가진 이미지 중 하나는 빠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 빨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집안일을 할 때도 그랬고,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빠른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제 안에는 '나는 빠르다'는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어딜 가든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저에게는 강력한 나의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이 이미지가 가진 긍정성이 부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빠른 것이 느린 아이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빠른 엄마가 느린 아이의 성향은 매일매일이 한계를 측정하는 시험과도 같이 힘든 날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결국 우울이 왔습니다.
삶의 의욕도 생기도 사라진 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서서히 느린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살기 위해 그런 사람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느려서 좋은 순간들을 만난 것이지요.
하루를 느리게 살면서 좋은 것들을 만나다 보니 천천히 하는 게 좋고, 덜 하는 게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느린 게 좋을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살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저를 빠름과 멀어지고, 느림과 친해지게 했습니다.
기존에 제가 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서 멀어져보니 알겠더라고요.
내가 원래 그렇게 빠른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빠르지 않은 내가 빠르게 살려고 해서 그렇게 힘들었다는 걸 말이에요.
빠르게 살아온 시간이 너무 오래여서, 사실 지금도 느림이 익숙하지 않아요.
여전히 느린 내가 낯설 때가 있고, 이래도 되나 싶어 걱정될(?)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던 내 삶이 이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 크게 생각하지도 길게 걱정하지도 않게 됩니다.
삶이 편안해지는 과정, 내가 나와 만나는 과정인 것이지요.
내가 가진 나에 대한 이미지를 벗어나 보세요.
그리고 만나게 보세요.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낯선 모습을요.
그 '낯선 나'를 만나다 보면 알게 됩니다.
내 삶의 균형이 무너진 이유가 내가 고수하고 있었던 익숙한 나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어쩌면 그 '낯선 나'가 내가 진정으로 '만나고 싶었던 나'일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