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꿈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행복이 신기루가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하루하루가 무의미한 긴장의 연속처럼 느껴졌을 때, 행복은 저에게서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잘 오지 않았고, 어쩌다 한 번 와도 쉽게 사라지는 아쉬움, 그게 행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잡고 싶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좇았고, 돈을 좇기 위해 나를 외면했습니다.
내가 고갈될수록 순간의 가치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쫓아가면서 마음의 공허함을 지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진단서를 받듯 제 판단과 노력에 대한 결과가 삶으로 드러났습니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달고.
회복이라는 고통을 치렀습니다.
긴 시간이라는 대가도 치렀고요.
인생은 참 진솔했습니다. 시간도 그렇더군요.
갈 곳 없는 것 같았던 인생이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들숨과 날숨에 힘이 생기고, 세상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삶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행복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굳이 행복을 꿈꾸지도 지향하지도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가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든 그게 내 시간이라는 자체로 괜찮아졌거든요.
굳이 행복을 지향하지 않으니 지금도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멀리 희망을 품어야 할 때도 있지만 지금에 충실해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 멀리 둘 때 행복은 꿈일 뿐이었지만 지금이 괜찮을 때 행복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내가 행복한지를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는 행복에 연연하지도 않게 되었고요.
현실에서 도망가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은 꽤 괜찮아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