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은 다 IT 계열 박사님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곳의 근처이다. 집 바로 근처에는 한국사람들도 알만한 로블록스, 플레이스테이션 본사도 있고, 유튜브, 넷플릭스, 애플, 구글, 메타 (구 페이스북) 등 화려하고 거대한 본사 건물들은 차를 조금만 타고 나가면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며 큰 한인 대형교회에 정착해 다니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나며 교제하게 된 소중한 인연들이 많다. 실리콘 밸리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에 교회에서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개발자)들이다. 소위 말하는 스카이 명문대를 나와서 미국에서 박사까지 하신 분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부부가 박사인 가정도 있고, 박사 남편을 따라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 주재원 가정들, 이렇듯 너무나 다양하다. 나와 남편은 그러한 IT 분야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기에 처음에는 특정 분야에 속한 분들과 교제를 함이 낯설고 어려웠다. 같은 분야로 비슷한 회사들을 다니며 서로의 사정이 훤히 보이고 하니 공감과 이해 그리고 때로는 미묘한 불편함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지금처럼 IT 대기업들에서의 레이오프 바람이 불 때면 다 같이 불안해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우리 가정은 종종 다른 문제로(?) 휘청거리기 때문에 조금 멀리 떨어져서 엔지니어 가정들을 볼 때 여러 가지를 배우고 또 관찰하곤 한다.
실리콘 밸리가 있는 베이 지역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희망직업은 엔지니어가 되고, 부모님이 엔지니어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엔지니어의 길을 희망하고 매진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코딩 수업, 코딩 캠프, 로보틱 대회 등 다양한 과외활동을 한다. 이것은 내가 미국에 이민 와서 계속 봐왔던 모습인데, 지금부터 이 방향을 잘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많은 광고 전광판들을 보게 되는데 요새 들어 셀 수 없이 많은 전광판들이 AI를 언급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지금 제일 인기 있는 화두이자 아이들의 진로에 있어서 무조건 생각해봐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 재작년에 나누었던 이야기였는데, 아직 어린아이들을 둔 박사출신 엔지니어 지인이 아이들을 위해 AI 관련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AI를 깊게 공부하신 분이기에 그쪽에 무게를 두시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흘러가는 모습을 보니 AI는 옵션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두고 그것을 이용해 무엇을 창출할 것이냐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캘리포니아에는 많은 전기 자동차들이 보이는데 특히 실리콘 밸리에는 테슬라가 매우 많이 보인다. 엔지니어 지인들은 대부분 테슬라를 소유하기 때문에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한 리뷰도 많이 듣곤 한다. 운전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자율 주행이 못 미덥다고도 하고, 반대로 운전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자율주행이 너무나 편한 기능이라고 나에게 테슬라를 추천하곤 한다. 이것도 몇 년 사이에 반응들이 부정적인 반응에서 최근에는 (자율 주행 기능이 몇 년 사이 많은 데이터 축적으로 인해 개선되어서인지)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아졌다. 고작 몇 년 사이에 대중이 인정할 정도로 학습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이다. 우리가 이러한 발전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나는 미국에서 미대를 나온 디자이너이다. 디자이너중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중 나는 패션을 전공했고 디자이너로 일했다. 대학교를 다니던 2014년에는 North Carolina라는 타주로 필드트립(견학)을 갔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방문하고 직접 경험해 보았는데, 떠올려보니 AI를 이용한 기술이 패션 업계에 시도되는 초창기였던 것 같다. 한 쇼룸에 방문했는데 큰 거울 같은 스크린이 달린 기기가 있어서, 어떤 사람이 앞에 서면 그 몸의 모양을 스캔해서 다양한 의류를 가상으로 입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원단의 질감, 무게, 실제와 같은 표현이 많이 부족했었기에 “패션 산업에 이런 기술은 도입이 안 되겠다”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저번달에 직접 체험해 본 3D CLO 프로그램은 원단의 질감과 표현에 있어서 실제와 같아서 매우 놀라웠다. 그도 패션 산업에서 쓰이기에는 여러 보완점이 많아서 직접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샘플링이 바로바로 필요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재 구직 중인 나에게는 어떤 기술을 익혀놓아야 경쟁력이 있을지 알아보고 있는데, 패션 산업에서는 아직까지도 컴퓨터로 패턴을 직접 그리는 2D 프로그램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근 미래에는 원하는 요소나 스케치를 보여주면 패턴을 대신 그려주는 AI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패션 산업에서 ”패턴메이커“라는 직업은 아예 없어지지 않아도 관리자의 역할을 제외하고 많이 축소될 것이다. 비슷한 예로, 웹툰을 그리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주 디테일한 디렉팅을 주고 AI가 그리도록 해서 컷들을 완성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 결과물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정확 해질 것이고 사람이 할 일들을 대체할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AI 기술은 이미 예술계에서도 디자이너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아는 지인은 어떤 큰 기업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했었다. AI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집단 파업을 했고 결과는 레이오프로 이어졌다. 나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맞은 상태에서 레이오프가 되었었기 때문에 그 지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지만, AI에게 밀려서 직장을 잃은 그 마음은 도무지 상상이 안되었다. 디자이너에게 창작하는 능력과 이 세상에 없는 새롭고 이로운 것들을 실현해 내는 능력은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진 걸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해 만들어내는 AI와 이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이 이런 식으로 저울질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요즘 챗GPT로 많은 가짜 영상들과 그림들, 사진들이 쏟아져 나오고, 특히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하며 자신들의 초상권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사진들을 인공지능에게 데이터라는 재물로 바치는 듯했다. 내 주변에도 많은 지인들이 메시지 프로필 사진을 챗GPT가 만든 그림들로 채우고 있다. 그 때문에 원작자 지브리 스튜디오는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대항하는 의미로다가 chat GPT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나의 사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 사진들이 여기저기 쓰이고 있겠지만 말이다…
AI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도입될 것이다. 아날로그가 좋다고 고집부리며 살 수 있는 시대는 지금이 마지막일 것이다. 미래에는 AI 다루는 법을 배워야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수능과 SAT 그리고 좋은 대학교를 겨냥한 입시가 아닌 아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컴퓨터에 있는 기본적인 게임도 잘하지 못하는 느림보 컴맹이라서, 과연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가 큰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워보려는 노력과 마음을 열고 AI를 받아들이면 또 다음 세대를 이해하고 같이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