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학교를 다니는 딸

집에서 공부시키는 걸 중단했다.

by 지윤

이야기를 들어가기에 앞서 일단 교육과 학년 시스템을 먼저 소개하자면 이렇다.




데이케어 : 보통 생후 3개월 - 만 2살까지

프리스쿨 : 만 3세부터 4세, 5세까지

공립 유치원 :

- TK (Transitional Kindergarten) : 만 4세

- K (Kindergarten) : 만 5세

공립 초등학교 :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만 7세 - 만 11세)

공립 중학교 : 6학년부터 8학년까지 (만 12세 - 만 14세)

공립 고등학교 :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만 15세 - 만 18세)





무료인 공립 교육은 빠르면 TK 학년인 만 4세부터 가능하다. K 학년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TK와 K는 같은 커리큘럼을 하므로 TK 학년으로 입학한 아이는 2년 유치원 과정을 거치고 1학년으로 올라가고, K 학년으로 입학한 아이는 1년의 유치원 과정만 거치게 된다. 이것도 생일이 9/1 날짜 전 혹은 후로 학년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니 고만고만한 아이들이어도 태어난 날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첫째 딸은 현재 K 학년으로 몇 달 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TK부터 같은 반에서 2년을 보내고, 1학년이 되면 다른 반으로 올라가게 된다. 보통은 TK와 K는 다른 반에서 수업하는데 그렇지 않음은 우리 아이의 학교가 조금 다른 형태여서 그렇다.


”첫째 딸은 공립 몬테소리 학교에 다닌다. “


미국 공립 교육에서도 굉장히 낯선 형태인 몬테소리 교육을 100 퍼센트로 가르치는 학교이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10개의 학년 (TK - 8학년)이 나누어져서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한다.


우리는 첫째 딸아이가 TK 입학 바로 전에, 지금의 동네에 집을 구해서 이사를 했고, 원래 배정된 학교가 안타깝게도 TK 클래스가 없어서 그 클래스가 있는 근처 학교에 전학을 신청했다. 입학 전 며칠 전에 전학 허가를 받고 가게 된 곳이 바로 그 몬테소리 학교인 것이다. 일사천리로 쉽게 입학이 되었고, 특히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여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근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아이의 학교가 매우 유명해서 아이들을 입학시키려고 꽤 애를 쓰는데 제일 아래 학년인 TK를 제외하고 입학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듣지 못했다. 심지어 아는 지인은 대기 1번이었는데 못 들어갔다고 한다. 아이들이 입학하면 큰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안 나가는 학교로 여겨진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오기가 매우 힘들다.


입학을 해보니 너무도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일단 가방에는 물과 간식만 싸서 보내야 하고, 그 외의 것들 예를 들어 필통, 공책, 장난감 등 일절 가져가면 안 된다. 연필 한 자루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니 아이들은 정말 몸과 마음 그리고 간식과 물만 준비해 가면 되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들은 큰 아이들을 보며 배우고, 큰 아이들은 어린아이들을 배려하며 가르치는 모범이 되게 한다는 몬테소리의 자세로 아이들은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한 반에 합쳐져서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은 몇 개월의 차이도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큰 차이가 나는데 이렇게 다 합쳐서 가르치는 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아했다. 내가 직접 보고 나니 결론적으로 선생님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선생님이 올바르게 아이들 각자 수준에 맞춰서 교구를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그것이 반복이 되니 나중에는 산만하고 떠드는 아이들도 조용히 각자 교구를 갖고 공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은 학부모의 피드백과 직접 오픈 하우스를 가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몬테소리 정식 교사로 몬테소리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으며 아이들을 관찰하며 논문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전부 정식 몬테소리 교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있는 정식 몬테소리 교사들이 비 몬테소리 교사들을 가르치고 리드하고, 또 몬테소리 교사가 되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는 선생님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정보들은 교장 선생님이 주관했던 학부모 설명회에서 들은 것을 기초로 적고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흔한 남매” 만화책을 도움 없이 깔깔대며 읽는 나의 첫째 딸은 영어를 배우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타고난 무던한 성격덕에 친구관계나 학교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둥글게 모여서 다 같이 대화하고 발표할 때 알아듣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등

꽤 어려움이 있었다. 이것도 2년이 다 되어가니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알아듣는 것도 꽤 많이 알아들으니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영어는 어떤 식으로 배우던지 금방 제대로 배울테지만, 수학은 조금 달랐다. 문제집 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유치원 입학 전부터 수학 문제집을 꽤 풀어왔었는데 이 몬테소리 학교는 아예 다른 방법으로 수학을 가르친다. 다른 미국인 학부모들도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본인들이 배웠던 수학이 아니라서 관여해서 가르칠 수도 그렇다고 아하! 하고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오픈 하우스에 가서 아이들이 배우는 방식을 보니 “이렇게 가르쳐서 배울 수 있나?” 의아했다. 하지만 아예 다른 개념으로 숫자에 대한 다른 인지가 시작되었고, 그 방식을 내가 보통의 수학 과외 교육으로 굳이 깨트릴 수는 없겠다고 판단이 들었다.

비즈로 수학을 배우는 몬테소리 교육법


7개의 구슬들이 꿰어진 스틱을 연결해 7의 배수를 배운다.


오픈 하우스는 특히 몬테소리 교육을 학부모에게 이해시키고 집에서 몬테소리 개념으로 일관성 있게 아이를 지도할 것을 부탁하는 자리이다. 그냥 내 아이가 잘하네! 기특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숙제와 근심을 한가득 안고 오게 되는 아주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이야기기도 하다.


근래에 자주 만나는 첫째 아이의 동갑 친구는 이미 어느 정도 구구단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세 자리 덧셈을 기계처럼 능숙하게 했다. (두 자리 뺄셈은 어려워했다는 반전;) 그 모습을 본 순간 구구단을 가르쳤어야 하나, 집에서 수학 학습지라도 조금씩 했어야 하나 다양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이의 친구는 몬테소리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고, 앱으로 공부도 추가로 조금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공립학교의 공부 방법은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내 아이의 공부 방법과는 많이 다를 것이 분명했다. 우리 아이는 수학에서 조금 느리고, 빠르게 삼삼 구! 육구오십사! 이렇게 구구단을 외우듯 대답하지는 못해도 나름의 방식으로 수학이란 것을 배워가고 있겠지 믿는다. (이 학교에 앞으로 8년은 더 다녀야 되므로.. 믿어야 한다..!!)


파충류를 배우는 중이다. 각각 이름을 부르며 사진과 이름을 맞춘다.


“-ch” 발음으로 끝나는 단어를 공부하고 알파벳을 알맞게 조합한다.


Bench, Bunch, Branch 등 ch로 끝나는 단어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온 사방에 교구장이 있고 교구들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모든 교구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몬테소리 선생님이 대단했다.


알록달록하지 않고 모두 나무색깔로 교실이 꾸며져 있는 이유도 몬테소리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색깔에 대한 과한 자극 없이 편안하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미국 공립 교육의 질을 믿을 수 없기에 차라리 어릴 때부터 사립을 보내고자 하는 한국 가정들이 주위에도 꽤 많다. 나도 미국에서 공립학교를 다녔었고 어떤 뜻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 무조건 모든 공립학교들이 수준미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주변 학교들에 대해 잘 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이곳 공립학교들은 10점 만점으로 평가가 되어서 각 학교마다 점수가 매겨진다. 내가 직접 다녀보고 주위 학교들도 보고 들어보니 조금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10점 만점에 9점 혹은 10점인 학교들이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는 그러한 학교들이 몇몇이 있는데, 그 점수만을 신뢰하고 모든 게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점수 이면의 모습을 봐야 한다.


실리콘 밸리라는 직업적 인종적 특성이 있다. 흔히 이공계열 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어마어마한 공부열이다. 사실 한국 사람보다 인도와 중국 사람들이 자녀 교육과 성적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그 특정 인종 사람들은 체벌까지 하는 학원에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떠민다고, 그 정도로 공부를 많이 시키려고 안달이 나있다고 지인에게서 들었다. 반 농담 반 진담이겠지만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이다. 개인의 역량이고 투자의 자유이지만 그 결과로 똑똑한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 성적을 잘 받는 아이들이 많이 모인 학교는 학교 자체의 커리큘럼이나 교육의 질과는 상관없이 주 정부 실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테스트 결과는 높고, 학교는 굳이 학생들을 더 가르치기 위해 무언가를 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알아서 선행 공부를 해오는 학생들을 선생님이 뭘 더 가르치겠는가. 이것이 높은 점수의 학교가 가진 맹점이다.


문제는 공립학교의 점수만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실망하는 부모들의 태도이다. 자녀를 학교에서 대단하게 가르쳐서 아이가 다른 성적 좋은 아이들처럼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학시키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학교에서 이걸 안 해주더라, 제대로 안 하더라” 이런 불평들이 쏟아진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그 성적 좋은 아이들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나 튜터로 이미 배워온 것이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공립학교에 실망한 부모들은 사립학교로 목표를 바꾼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한인 아이들은 사립학교에 많이 다닌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한인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 학교를 탐색할 때에, 공립학교이고 점수가 크게 높지 않아도 그 학교가 하는 노력들을 찾아보기 바란다. 오히려 성장할 공간이 남은 학교들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의 첫째 딸아이는 곧 1학년이 될 예정인데, 1,2, 3학년 아이들을 섞어서 한 반이 만들어진다. 아이는 아마도 3년을 같은 담임 선생님 아래에서 공부하며, 나이 많은 친구들을 작별하고 또 어린 친구들을 환영하게 될 것이다. 이 시스템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동하는지는 나도 경험해 봐야 알 것 같다. 미국에 살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공립학교는 대충 알 것 같다 했지만 공립학교 중에서도 몬테소리 학교는 정말 미스터리 하다. 다행히 아이가 배워오는 것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스트레스 없이 배워오는 것 같아서 그것 하나만이라도 감사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혹시 같은 동네 학부모께서 이 글을 읽는다면 나의 편중된 시각일지라도 조금은 새롭게 생각해 보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본다.



keyword